이날 최대도시 양곤의 한 마을에서는 1살짜리 여아가 군부대가 주둔지 근처의 집 밖에 있다가 고무탄에 오른쪽 눈을 맞아 다쳤다. 한 주민은 로이터통신에 “군경이 우리를 새나 닭처럼 쏴 죽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2대 도시 만달레이 인근 메이크틸라에서더 군부대가 시위대를 해산한다며 주택단지를 향해 발포해 4명이 숨졌다. 이중 13세 소녀도 포함됐다. 중부 쉐보에서도 출가(出家)를 앞둔 13세 소년이 집 안에 앉아 있다 총격에 희생됐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이들 외에도 11살 소년, 7살 무슬림 소녀 등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소식이 속속 올라오고 있어 실제 어린이 희생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유니세프는 트위터를 통해 “어린이들을 향한 이 비극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미얀마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단은 “어린이들을 살해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날은 테러와 불명예의 날로 영원히 새겨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군부가 시민을 산 채로 불태웠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현지매체 킷띳미디어는 만달레이에서 군부가 네 아이의 아버지에게 총격을 가한 후 아직 살아있는 그를 불 속에서 태웠다고 전했다. 28일 오전 마을 주민들은 불이 타고 난 잔해 속에서 그의 뼈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가 이날 새벽 만달레이의 한 마을에 불을 질러 50여 가구의 주택이 불에 타고 재만 남은 사진도 소셜미디어에 등장했다.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최고사령관은 학살이 자행되는 와중에도 수도 네피도에서 민심과 동떨어진 연설을 감행해 공분을 샀다. 그는 ‘군의 날’ 기념식에서 “군은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8개국이 미얀마 군부에 기념 사절을 보냈다. 중국과 러시아는 군부의 학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일부 소수민족의 무장 반군은 군부가 이끄는 미얀마 군과 교전을 벌였다. 시위대와 연대를 선언한 카렌민족연합(KNU)이 태국 국경지역에 있는 카인주 무트로 지구의 한 미얀마 군 기지를 공격해 장악했다고 미얀마나우가 27일 전했다. 미얀마 군도 반격에 나서 카렌족 마을을 공습했다. 두 진영의 격렬한 공방으로 양측 모두 상당한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