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 인터뷰
이 사업은 미래 항공 수요에 대비한 4단계 건설사업이다. 김 사장은 인천공항 역사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세계 공항들과 새로운 경쟁을 펼칠 때 인천공항이 우뚝 설 수 있는 기반을 지금부터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달 2일 취임한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55)은 29일 개항 2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각종 공항 시설과 운영 상태를 점검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여객이 급감해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지만 직원 간담회 등을 통해 현장 목소리를 들으며 재도약할 방안을 찾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19일 6000억 원 규모인 인도네시아의 항나딤국제공항(바탐공항) 민관협력 개발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인천공항공사가 수주한 해외사업 가운데 최대 실적이다.
본보는 24일 김 사장을 제2여객터미널에서 만나 운영 성과와 각종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 사장은 국토교통부에서 국토정책관과 교통물류실장, 기획조정실장, 2차관 등을 지냈다.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은 첫해 세계 103개 도시에 취항해 여객 1454만 명이 이용했으나 ‘안전하고 편리한 공항’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매년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 194개 도시를 연결하며 사상 처음으로 여객이 7000만 명을 넘어섰다. 30여 년 전에 미래를 내다보고 인천공항을 계획하고 건설한 선배들의 노력이 발전의 초석을 만들었다. 또 국민의 뜨거운 성원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 7만여 명에 이르는 종사자들의 헌신으로 성년을 맞은 인천공항의 성공이 가능했다고 본다.”
―코로나19로 여객이 줄어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데….
“지난해 여객이 1205만 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 750만 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상업시설과 항공사에서 받는 임대료 감면 등으로 42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지만 올해도 경영환경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큰 위기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찾아올 것이다. 규모와 시설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 인천공항의 라이벌 공항들이 개발되고 있어 본격적인 경쟁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객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계약이 끝난 스카이72 골프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공사 현장에서 만난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공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해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갈등이 있었고 보안검색직원의 직고용을 둘러싼 갈등도 여전하다.
“1900여 명에 이르는 보안검색직원의 직고용 여부는 이해 당사자들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절차를 거쳐 결정해야 할 문제다. 인천공항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용안정은 물론이고 전문성 강화, 장기적 성장성 확보 등 복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공감의 폭을 넓혀가면서 추진하겠다.”
“항공산업의 안전과 핵심 기술력 확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10위권 내에 들어가는 허브공항들은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항공기의 운항과 효율적 정비를 위한 MRO 단지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와 협의해 제4활주로 인근 150만 m² 규모의 부지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MRO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경남 사천에 있는 MRO 단지와는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4단계 건설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계속 늘어날 항공 수요에 대비해 2024년까지 제2여객터미널을 확장하고, 제4활주로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인천공항은 연간 여객 3000만 명을 처리할 수 있도록 제1여객터미널과 2개 활주로를 갖춘 상태에서 개항한 뒤 꾸준히 시설을 늘려 나갔다. 2002∼2008년 2단계 건설사업을 추진해 1개 활주로와 탑승동 1동을 확충해 여객 처리 용량이 5400만 명으로 늘었다. 2009∼2017년 3단계 건설사업을 통해 제2여객터미널을 지어 연간 7200만 명의 여객을 수용하는 공항으로 변신했다. 4단계 건설사업이 마무리되면 인천공항은 연간 여객 1억60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다.”
―바탐공항 개발운영사업을 수주했는데….
“2006년부터 해외사업에 진출해 지금까지 15개국에서 30개 사업을 따냈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사업을 이번에 수주했다. 해외사업은 면세점과 같은 상업시설 임대에 집중된 인천공항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좋은 기회다. 앞으로 투자개발형 사업은 물론 국내 기업과 파트너십을 이뤄 동반 진출을 추진하겠다.”
―29일 ‘비전 2030+’을 발표한다고 들었다.
“인천공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패러다임을 혁신하는 것이다. 공항산업 구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인프라를 확충하고 생체인식, 인공지능 등과 같은 첨단 기술을 구현할 계획이다. 공항을 단순히 이동을 위해 거쳐 가는 공간에서 벗어나 사람과 기술, 문화가 만나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된다.”
―인천공항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고 준비하느냐에 인천공항의 경쟁력이 달려 있다고 본다. 과거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다가올 20년을 준비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면 세계 공항들이 새로운 경쟁을 펼칠 것이고, 인천공항이 리딩 공항으로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래 세대에 희망을 주는 공기업의 모델을 만들고 싶다.”
인천공항=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