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길이는 192km. 이곳을 거치지 않으면 유럽에서 아프리카를 한 바퀴 돌아 아시아로 향하는 9000km를 항해해야 한다. 이 꿈의 항로에 처음 도전한 사람은 기원전 19세기 이집트 파라오 세누스레트 3세라고 한다. 당시에는 나일강과 바다를 연결하는 방식이었는데 나중에 페르시아 정복왕 다리우스 1세가 성공했다. 지금의 운하는 1869년 프랑스 주도로 완성했다. 이집트의 알짜 수입원으로 한 해 통행료는 약 55억 달러(약 6조2200억 원). 하지만 배 한 척이 좌초되자 시간당 4억 달러(약 4500억 원)어치의 물류 운송이 지체되고 있다.
▷에버기븐호 좌초로 국제 유가는 연일 급등하고 있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10%가 수에즈 운하를 지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등 수출 기업들은 물류 대란이 길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반사이익을 보는 곳도 있다. 사고 이후 한국 조선업체 주가는 가파른 오름세다. 일본이 건조한 에버기븐호가 좌초되자 경쟁 관계인 한국 조선의 품질이 부각된 효과다. 해상 운임이 오를 것이란 기대로 HMM(옛 현대상선) 주가도 연일 상승하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배를 띄우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뱃머리가 박힌 운하 제방에서 2만 m³ 정도 모래와 흙을 퍼냈다. 배 무게를 줄이려고 배의 균형을 잡는 평형수도 빼냈다. 만조가 되면 배가 뜰 것이란 기대도 한다. 머지않아 배가 뜨겠지만 이런 사고는 또 생길 수 있다. 지구 반대편 수로에 주목하는 것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숙명이다. 무역할 곳을 다양하게 넓히고, 실어 나를 여러 방법도 미리 준비해 두는 수밖에 없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