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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You’re going nowhere until work is done, full stop”

입력 | 2021-03-29 03:00:00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필라델피아주 피츠버그에서 영화 촬영을 하던 중 이 지역에서 열린 아시아계 증오 범죄 규탄 시위에 참가해 확성기를 잡았다. 평소 소셜미디어를 거의 하지 않는 오는 애틀랜타 총격 사건 후 아시아계의 단결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고 있다. 뉴욕포스트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미국에서 아시아인들은 “모델 마이너리티(모범 소수인종)”로 불려왔습니다. 주류 사회에 가장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지요.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조성된 반(反)아시아 정서가 최근 발생한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서 보듯이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It’s the coronavirus, full stop.”=조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애틀랜타를 찾아 “증오와 폭력을 멈춰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바이러스다”라고 하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차이나바이러스” “우한바이러스” 등 아시아를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불렸던 것을 비판하는 겁니다. “올바른 명칭은 코로나바이러스다. 더 이상 토 달지 말라”는 의미겠죠. 문장 마지막에 ‘풀 스톱(full stop)’이 나오면 “얘기 끝”이라는 뜻입니다. 자기가 방금 한 말을 강조하고 싶을 때 쓰죠.

△“No matter how you want to spin it, the facts remain the same.”=공을 회전시킬 때 “스핀을 건다”고 하죠. 특정 방향으로 스토리를 ‘몰아가다’ ‘각색하다’라는 뜻으로도 씁니다. 정치에서 언론 플레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가리켜 ‘스핀 닥터’라고 합니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인종 범죄가 아닌 개인의 성범죄 쪽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자 조지아주 최초의 아시아계 주 하원의원인 비 응우옌 의원은 “경찰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몰아가려고 하건 간에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반발합니다. 아시아인을 겨냥한 범죄가 확실하다는 것이죠.

△“There are moments in a country’s history that chart its course for the future. For Asian Americans, that moment is now.”=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배우들도 나섰습니다. 샌드라 오는 피츠버그에서 영화 촬영을 하던 중 규탄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미드 ‘로스트’에 출연했던 대니얼 대 김은 워싱턴으로 날아가 하원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한 나라의 역사에서 미래를 결정짓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는 바로 지금이 그런 순간이다.” ‘chart a course’는 원래 해양 용어입니다. ‘망망대해(茫茫大海)에서 배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다’라는 뜻이죠.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