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들 투기 의혹 윤석열 사퇴와 중수청 논란 학교폭력 미투 확산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2일 LH 신도시 투기 의혹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등과 관련된 본보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이승헌 성태윤 이은경 위원, 김종빈 위원장, 최은봉 류재천 이준웅 위원. 회의는 칸막이를 설치하고 거리 두기 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진행됐다. 마스크도 전원 착용했으며 사진 촬영 때만 잠시 벗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 앞두고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공직사회 전반으로 번지면서 국민적 분노를 부르고 있다. 정부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밀어붙이기에 반발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임기를 4개월 앞두고 사퇴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2일 신도시 투기 의혹,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와 중수청 논란, 학교폭력 미투 사태 등에 대해 토론했다.》
〈독자위원회 참석자〉
○ 위원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
○ 위원
류재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영년직연구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이은경 변호사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은봉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승헌 편집국 부국장
김준석 편집국 심의연구팀장
김종빈 위원장=어느 때보다 큰 사건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먼저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해 토론하겠습니다.
성태윤 위원=동아일보는 여러 가지 사례들을 통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보도했는데 LH의 특징적 권한에 대해서도 집중 보도했으면 합니다. LH는 정부가 87%,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13%의 지분을 갖고 있어 사실상 정부 기관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독점 개발 권한, 토지 수용 권한 등 중요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부각시키면 직원들의 투기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인식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공공 공급을 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번 사태가 잘 보여줬습니다. 민간은 나쁘고 공공은 선하다는 인식이 잘못됐음을 부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은경 위원=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은 검찰이 수사하면 안 되는 것처럼 됐는데 이게 맞는 것인지 짚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사실관계를 밝히기도 전에 검사의 수사 범위에 관한 규정에 적용이 안 된다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이것을 지적한 기사가 없었습니다. 3월 17일자 A6면의 ‘여야, 투기 전수조사에 특검-국조까지…LH대책 ‘판 키우기’ 경쟁’ 기사에서 정치권 대응 카드를 시간순으로 일목요연하게 그래픽으로 정리해 준 것은 돋보였습니다.
최은봉 위원=동아일보가 신도시 투기 문제를 1기 2기 3기로 비교해서 접근한 점은 좋았습니다. 3월 20일자 4면의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해도 차명거래 사각…가족 포함하면 600만명, 행정비용도 막대’ 기사는 차명거래 등 궁금했던 부분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기사만 보면 행정비용 때문에 마치 조사가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시스템 차원에서 부실한 것이므로 더 자세히 보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류재천 위원=3월 9일자 A4면의 ‘LH 다니면서 “농사경력 7년”…‘고구마 재배’ 써놓고 용버들 심어’ 기사는 허위 농업계획서와 현장 사진을 비교해주는 현장감 있는 탐사보도여서 좋았습니다. 3월 15일자 A1면의 ‘LH 수습책 쏟아내는 당정, 내각 총사퇴하라는 야당’ 기사는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성 위원=3월 20일자 4면의 ‘단독주택도 ‘공시가 쇼크’…서울 평균 10% 뛰어 稅부담 커져‘ 기사는 공시가격 올라간 사람들의 상황을 더 자세히 짚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시 자료를 토대로 평균 상승값을 지도로 보여줬는데 실제 상당수 사람들은 평균 이상으로 올랐다고 느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최대치도 같이 보여주면 좋았을 것입니다. 또 신도시 투기와 대조되는 의미에서 공시지가 상승 등으로 세금을 얼마나 더 걷어가게 되는지를 분석적으로 보여주면 ‘얼마 내던 세금이 얼마가 됐구나’ 하는 느낌을 잘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위원장=3월 15일자 A6면의 ‘‘LH 사태’가 검찰 탓이라는 이낙연-추미애’ 기사는 보도하지 않았으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를 보도해야 했다면 이 말이 옳지 않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줘야 했습니다. 추미애 전 장관은 검찰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해놓고 이제 와서 검사 탓을 합니다. 따라서 검찰 책임을 묻기 전에 추 전 장관의 책임을 묻는 반박 기사를 같이 게재했으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검찰은 처음부터 정보 수집을 해서 범죄 예방을 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진짜 검찰 공화국이 됩니다.
이은경 위원=3월 5일자 A4면의 ‘민변 “비대한 중수청 필요 있는지 의문”’ 기사는 민변과 대한변협의 입장만 실었습니다. 대검찰청이 말했듯이 중수청 설치안은 사실상 검찰청을 폐지하는 법률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사의 범죄 수사 및 인신 구속에 관한 권한은 헌법상 권한이므로 법률로 없앨 수 없습니다. 위헌 시비 논란이 있는데도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또 이런 법안이 공론화 과정을 무시한 채 추진되는 것도 지적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준웅 위원=중수청 문제와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는 연관은 되지만 별개의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수청 보도는 해외 사례나 우리나라에 도입할 때 예상되는 문제점 또는 도입에 의문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지를 보도하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 위원=3월 8일자 A31면의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보다 ‘국민 인권보호’ 목표로 해야”’ 제목의 ‘인사이드&인사이트’ 기사는 좋은 정보를 많이 줬습니다. 다른 전문가 의견이 함께 있었으면 균형 면에서 더 좋았을 것입니다.
류 위원=2월 25일자 A12의 ‘성폭행 의혹 휩싸인 기성용 “사실 무근…법적 대응 불사”’ 기사와 3월 15일자 A12면의 ‘“농구스타 학폭” 의혹 제기에…현주엽 “악의적 모함”’ 기사는 양측의 주장이 모두 잘 들어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은경 위원=저는 생각이 다른데 실명으로 양쪽 주장을 나열하는 보도가 의미가 있나 생각합니다. 기사에 이름이 나오면 독자들은 무슨 문제가 있겠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공인이라고 해도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양쪽 얘기가 너무 다를 때는 차라리 보도하지 않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 위원=학교폭력은 학교가 전제가 되고 학생 인권 차원에서 접근이 돼야 하는데 스포츠계와 문화계에서 벌어지는 폭력들과 혼용이 돼서 기사가 보도된 경향이 있습니다. 2월 24일자 A31면의 ‘“운동부 학폭 50년 대물림…합숙문화 없애 폭력사슬 끊어야”’ 제목의 ‘인사이드&인사이트’ 기사는 스포츠가 갖고 있는 승부에 따른 독특한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대안에 대해 후속보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성 위원=2월 25일자 A4면과 2월 26일자 A10면에 보도한 ‘저출산에 휘청이는 대학들’ 시리즈 기사는 어려움을 겪는 대학에 대해 심층적으로 보도해 좋았습니다. 대학이 어려움을 탈출하기 힘든 원인 등에 대해서도 짚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 위원장=2월 15일자 A1면의 ‘고위당국자 “한일관계, 남북보다 우선”… 임기말 文정부 삼각공조 복원 나선다’ 기사를 보면서 그동안 역학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반일감정을 부추긴 정부에 대해 언론이 엄하게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리=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