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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새로운 도전[내가 만난 名문장]

입력 | 2021-03-29 03:00:00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것이 아니듯, 석유 시대도 석유가 고갈돼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아흐마드 자키 야마니


2000년 6월,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이던 아흐마드 자키 야마니가 영국의 ‘텔레그래프’와 가진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물론 이 문장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나 다른 매체들에 이전에도 언급된 적이 있다. 꼭 야마니가 창작해 낸 것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가 확산시킨 것만은 분명하다.

소련 해체 후 혼란 속에서 허덕이던 러시아의 에너지 산업과 엘리트들의 관계, 그리고 그들의 대응 전략이 국제 체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을 때 접한 야마니의 이 말은 많은 울림을 주었다.

그의 발언은 석유를 대체할 재생에너지 등 대안에너지의 부상 가능성을 꿰뚫어 봤다는 것을 뛰어넘는 의미가 있다. 산유국들의 모든 엘리트들이 단순히 자원 하나에 목매는 근시안의 지도자들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들의 대응 전략에 따라 산유국들의 미래가 자원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했다.

어떤 특정한 힘이나 물질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위치를 영원히 차지할 수는 없다.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나 과거 역사에 등장한 자연재해, 그리고 기술과 학문의 진보가 이끄는 변화 등은 예기치 않은 변화에 대한 대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재 인류는 석유 자원의 고갈이 아닌 다른 차원의 위협 속에서 석유 문명의 쇠락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혁명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강조되는 상황 속에서 자원 생산 부국들과 자원 소비 부국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예상할 수 있는 도전과 예상할 수 없는 도전이 동시에 닥친 상황 속에서 보다 큰 그림의 비전과 응전(應戰)의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