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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작가 “재밌는 게 무한한 세상… 제 작품도 끝이 없을 것”

입력 | 2021-03-29 03:00:00

‘회색인간’ 데뷔한 김동식 작가
5000자 안팎 짧은 초단편 소설
10권 시리즈 3년여 만에 마무리



김동식은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홍콩 작가 찬호께이와 일본 작가 오쓰이치의 작품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세상에는 재밌는 게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소재와 아이디어, 그리고 제가 만들 이야기도 끝이 없지 않을까요?”

‘회색인간’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김동식(36)이 10권짜리 초단편 소설집 시리즈에 최근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9번째 소설집 ‘문어’와 10번째 ‘밸런스 게임’을 잇달아 발표했다.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지금도 카카오페이지 연재를 위해 사흘에 한 편씩 이야기를 짓고 있어 바쁜 건 여전하다”며 웃었다.

초단편 소설이란 5000자 안팎의 짧은 작품이다. 이 때문에 초단편 소설집 한 권에는 약 20편의 작품이 들어간다. 이번에 발표한 문어와 밸런스 게임에도 각각 22개 작품이 포함됐다. 그가 지금껏 내놓은 10권짜리 소설집 전체를 놓고 보면 작품 수는 225편에 달한다.

김동식은 2017년 12월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등 초단편 소설집 세 권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이후 3년여에 걸쳐 일곱 권의 소설집이 더 나왔다. 그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심심풀이로 이야기를 연재하던 시절부터 응원한 팬들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한다.

김동식은 자신이 특정 소재를 소설화하는 작업은 간단하다고 했다. 예컨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본 “작은 방에 갇혀 한 달을 버틸 경우 1억 원을 받는다면 사람들은 과연 도전할까”라는 질문을 도시 단위로 확장했다. 그리고 대척점에 선 두 인물을 창조해 이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했다. 초단편 ‘서울 안에서 100억? 서울 밖에서 10억?’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는 간단하다지만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발상의 전환이다.

아이디어가 많다고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는 “시리즈 후반으로 갈수록 식상하다는 비판이 아프게 들려왔다”고 고백했다. 처음 이야기를 쓸 때만 해도 그의 목표는 오로지 ‘재미’였다. 그러나 책으로 엮으면서 누군가 값을 내고 볼 소설의 목적과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새롭고 실험적인 세계관을 창작하기보다 진부해도 안전한 방식을 선택할 때가 많아졌다. 김동식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으면서도 참신한 이야기를 만들려고 지금도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번도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중고교를 검정고시로 마쳤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헤쳐 온 그는 이 때문에 글쓰기 꿈나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서울에 살지만 학교나 공공단체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 먼 지방이라도 바쁜 시간을 쪼개 달려간다. “조금 비틀어 생각할 수 있는 힘, 그리고 꾸준히 글쓰기를 연습하는 성실함만 있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