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집 앨범 ‘LILAC’ 들고 4년만에 컴백
최근 5집 ‘LILAC’을 낸 싱어송라이터 아이유. 타이틀곡 ‘라일락’은 앞서 신드롬을 일으킨 브레이브걸스, 로제를 끌어내리고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정상을 석권했다.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20대 내내 모은 색연필을 모두 펼쳐놓고 한 송이 화려한 라일락을 그렸다.
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28)가 25일 내놓은 4년 만의 정규앨범 ‘LILAC’은 아이유가 갈고 닦은 노래와 캐릭터를 화사하게 펼쳐낸 웰메이드 팝 음반이다. 4집 ‘Palette’(2017년)에서 타이틀곡(‘팔레트’)을 직접 작곡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 감각을 과시했던 아이유는 신작에서 10곡 중 2곡(‘Coin’, ‘Celebrity’)에만 공동 작곡자로 이름을 올리며 작사와 프로듀스에 몰두했다.
아이유가 5월에 피는 아찔한 향취의 꽃, 라일락을 들고나온 이유는 뭘까.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 그리고 젊은 날의 추억이다. 첫 곡과 마지막 곡의 수미쌍관식 내러티브는 아이유가 20대의 끝자락 음반을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로 은유했음을 보여준다. ‘라일락’에서 ‘비밀스런 오르골에 넣어두고서/영원히 되감을 순간이니까/우리 둘의 마지막 페이지를/잘 부탁해’라고 한 뒤, 끝 곡 ‘에필로그’에서는 ‘어찌나 바라던 결말인지요/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이 다음으로 가요’라고 노래한다.
CD는 디자인에 따라 ‘HILAC’과 ‘BYLAC’의 두 가지 버전으로 발매됐다.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대화 평론가는 “‘Coin’은 베이스의 그루브가 굉장히 멋있는 곡이다. ‘Celebrity’에서 현대적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때로 공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사용한 부분과 대비를 이룬다. 감각적인 사운드를 대중성의 선 안에 녹여내려 노력한 것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강과 약, 진성과 가성, 속삭임과 내지름을 24단계 정도로 나눠서 한 음, 한 음 세필로 찍어 바르는 듯한 아이유의 섬세하고 능란한 가창은 이제 경지에 올랐다. 아이유의 폭발적 고음과 몽환적 합창부가 어우러지는 ‘아이와 나의 바다’는 당장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제가로 쓰여도 될 만큼 드라마틱하다. 인디 싱어송라이터 김수영, 수민과 함께 만든 ‘에필로그’에서 재즈풍의 나른한 편곡은 마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2017년)에서 튀어나온 듯하다.
김윤하 평론가는 “아이유는 연애의 권태를 해학적으로 그리는 데 능한데 신작에서는 ‘돌림노래’의 예상치 못한 구성과 복잡한 전개가 그런 흥미 요소를 자극한다”고 말했다.
만듦새는 나무랄 데 없지만 음반을 대표하는 뾰족함이 부족해 아쉽다는 평도 있다. 김학선 평론가는 “대중적이며 트렌디한 트랙도 있고,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다 담은 듯하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인상이지만 앨범 한 장으로서의 응집력은 아쉽다”면서 “싱글은 부각되지만 앨범은 그리 얘기되지 않는 아이유의 디스코그래피가 그대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가사 전달력도 아쉽다”고 말했다.
아이유는 다음 달 초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 촬영에 돌입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