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미국 의회 산하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를 다음달 개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집중적인 로비전을 펼치고 있는데도 이 사안에 대한 의회 내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여서 최종 개최 여부가 주목된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27일(현지 시간) 민주평통 토론토협의회 주최로 열린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강연회에서 최근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곧 청문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도 “인권위 관계자들을 접촉한 결과 앞으로 몇 주 안에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청문회가 열릴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며 “홍콩과 미얀마, 신장 위구르 등의 인권 문제를 다루는 청문회도 속속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권위는 당초 1월 중에 청문회 일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으나 최근까지도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 않고 있었다. 인권위의 공동위원장인 공화당 측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이 청문회 개최를 공언해온 것과 달리 민주당 측 제임스 맥거번 하원의원 측에서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대사관이 공화당 인사들을 비롯해 의회 네트워크가 강한 로펌을 통해 로비전까지 펼치면서 “청문회는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김 대표에 따르면 청문회 개최를 주도해온 스미스 의원 측은 한국의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해온 청문회 반대 논리를 검토한 뒤 오히려 개최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 강해졌다고 한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앞서 “청문회 개최는 내정 간섭”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의원들에게 보내거나 워싱턴의 의회 앞에서 청문회 반대 캠페인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이런 움직임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청문회를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의회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 정치권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