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부양책 겹치며 급등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세계의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글로벌 주택 가격이 단기간에 많이 오르면서 추후 거품 붕괴에 따른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집값은 저금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부양책의 영향으로 단기간 많이 오른 공통점이 있다. 반면 국내 집값 상승은 저금리 영향에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겹친 측면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 경기 부양책으로 글로벌 집값 과열
2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OECD 회원국 평균 집값은 전 분기보다 2.2% 올랐다. 이런 상승 폭은 1989년 3분기(2.3%)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질랜드의 지난달 주택 중위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23% 급등해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호주의 단독주택 가격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4.4% 상승했다.
북미의 주택 가격도 크게 뛰었다. 올해 2월 캐나다 전국 평균 주택 가격은 지난해 2월보다 25% 올랐다. 같은 기간 온타리오주 레이크랜드 등의 상승률은 35%를 넘었다.
WSJ는 세계적인 집값 과열의 원인으로 수년간 이어진 저금리와 코로나19의 영향을 꼽았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자국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쓰면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데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교외의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 “국내 집값 급등, 정책 실패 영향 커“
OECD 통계에서 국내 집값은 5년간 8.1% 오르는 데 그쳐 41개 회원국 중 35위였다. 이는 OECD 통계가 국내 정부의 공식 집값 통계인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5년간 상승율 8.64%)을 기초로 한 수치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하는 집값 상승폭보다 낮게 나온 측면이 있다.
실제 지난해 7월 임대차법 시행 후 전셋값과 집값이 동반 상승했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집을 사려는 매매 수요로 전환된 영향이 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은 국내 집값 상승 원인의 20%, 30%에 불과하다. 나머진 정책 변수”라며 “공급을 늘리지 않고 수요만 옥죈 탓”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집값은 향후 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심 교수는 “해외와 달리 국내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까다로워 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떨어져도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 교수는 “국내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20년 전 일본처럼 대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조종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