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금감원 ‘금융 이해력’ 조사
20대 청년층의 금융 이해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한 최소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년 10명 가운데 3명은 저축하기보다 지금 돈을 쓰는 게 만족스럽다고 여겼다. 2030세대의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이 계속되는 가운데 청년층에 대한 맞춤형 금융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29일 발표한 ‘2020년 전 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금융 이해력 점수는 66.8점(100점 만점)으로 OECD 10개국 평균(62점·2019년 조사)보다 4.8점 높았다. 2년 전 조사 때(62.2점)보다 점수가 올랐다.
지난해 부동산, 주식 투자 열기가 이어지면서 전반적으로 금융·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 10일부터 10월 30일까지 전국 만 18∼79세 24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대학생 10명 가운데 8명은 금융 이해력 중에서도 ‘금융행위’와 관련해 OECD가 정한 최소 목표 점수(66.7점)에 미달했다. 금융행위는 저축, 구매, 금융상품 선택 등을 측정해 얼마나 합리적으로 금융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지수다.
실제로 청년층은 “돈을 저축하는 것보다 소비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문항에 34.2%가 동의했다. 반대하는 비중은 26.0%였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취업이 어려워지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청년층이 로또식으로 투자하거나 아예 포기하고 소비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금융교육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직접 부딪치며 배우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소득이 당장 끊기더라도 6개월 이상 생계비를 감당할 수 있다고 답한 성인은 37.9%에 불과했다. 62.1%는 소득이 끊기면 빚을 내지 않고는 6개월도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1개월도 채 버틸 수 없다고 답한 이들도 10.6%에 달했다.
다만 금융 이해력이 높은 이들이 위기 대응 능력도 더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 이해력 점수가 OECD 최소 목표 점수를 넘은 이들 가운데 3개월 이상 생계비를 감당할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65.3%였다. 반면 낙제점을 받은 이들 중 3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이들은 52.7%에 그쳤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이상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