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동결은 비핵화 시작이나, 목표 될 수는 없어 트럼프식 톱다운 협상 꺼리는 바이든 정부 美위협 통한 존재감 과시는 北의 잘못된 선택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
바이든 정부는 임기 시작 후 두 달이 안 되어 대중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등 외교안보의 많은 영역에서 이미 나아갈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유독 대북 정책은 포괄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했다. 아마도 지난 트럼프 정부 4년 동안 협상이 진행되다가 멈춘 배경이나 현 정부의 대북 정책 목표 지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등을 두고 바이든 정부 내부에서 이견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전자는 트럼프 정부 기간 북한과의 협상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함께 정책 검토에 나섬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대북 접근법에 대한 이견의 조정이다. 현실적으로 군축론적 접근을 해야 한다, 북한 인권을 빼고 협상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 등 여러 요소를 포괄적으로 놓고 고민하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 기간에 있었던 협상을 보면 북한은 비핵화의 최종 상태에 대해 미국과 협상하지 않았다.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과 제재 해제의 교환이라는 소위 ‘행동 대 행동’ 교환에 대한 협상을 원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최종적인 북한 비핵화 목표에 합의한 후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방식과 그러한 최종 상태에 북한이 동의할 가능성이 없으니 위협 감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단계적 협상의 방식을 놓고 고민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때에도 그랬지만, 북한이 모든 비핵화를 마친 후에야 제재 해제를 제공하는 방식은 이미 고려 대상이 아니다.
또 하나 고민한 부분은 바이든 대통령이 비판했던 트럼프 방식, 소위 ‘톱다운’ 접근법에 관해서일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전 실무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 능력 축소에 동의를 해야만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한 비핵화 성과를 담보하지 못하는 김정은과의 만남은 김정은 정권 정당화에만 도움을 줬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기간 북한과의 협상 경험은 북한에서는 김정은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비핵화에 대한 협상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만약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식의 정상회담, 다시 말해 사전에 전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정상 간 담판을 통한 방식을 고민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성공 확률이 있을 것인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그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결과가 담보되지 않는 정상회담은 정치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이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라는 원칙의 재확인이 될 것이라는 전제를 하면 결국 문제는 북한이 협상에 나올 것이냐에 달렸다. 미국 입장에서 북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야 보다 유화적인 접근으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래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