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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박종민]국민 눈높이 못미친 ‘스포츠인권특조단 2년’

입력 | 2021-03-30 03:00:00


박종민·사회부

“이번이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력 및 성폭력 문제를 해소할 마지막 기회입니다.”

2019년 2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인권위의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특조단) 출범식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앞서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자 인권위는 “수십 년 이어진 체육계 관행을 바꾸겠다”며 특조단을 꾸렸다.

하지만 활동 기간이 1년인 점은 처음부터 한계로 지적됐다. 인권위 역시 이를 반영해 지난해 특조단의 활동 기간을 1년 더 늘렸다. 그리고 2월 15일 인권위는 다시 1년 더 활동 기간을 연장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실이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해부터 행정안전부와 특조단을 정식 기구화하는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특조단의 정식 기구화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인권위 표현대로 체육계의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특조단이 이룬 성과를 되돌아보면 우려되는 대목이 없지 않다.

인권위가 배현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그간 특조단에 접수된 252건의 사건 가운데 위원회 논의를 통해 각하되거나 기각된 건은 112건(44.4%)이다. 이미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위원회의 조사 범위를 벗어날 경우 인권위는 사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

피진정인을 징계하거나 진정인을 구제하도록 관계기관에 ‘권고’한 사건은 33건뿐이었다. 이는 말 그대로 권고라 강제성이 없다. 결과적으로 특조단이 직접 피진정인을 수사기관에 고발한 건 1건밖에 없었다.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2년을 활동한 성과라기엔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

그사이 체육계는 여전히 시끄러웠다. 2020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감독과 동료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 선수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인권위는 형사 절차가 진행되는 사건은 조사할 수 없어 진정을 취소해야 했다. 그리고 체육계에선 수많은 ‘학폭 미투’가 몇 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2019년 출범 당시 특조단이 전국 실업팀 성인 운동선수들을 상대로 진행했던 익명 설문조사에서 한 선수는 이렇게 답했다. “이런 설문, 백날 하면 뭐하나요. 바뀌는 게 없는데.” 인권위는 특조단 정식 기구화 추진에 앞서 스스로 냉엄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박종민·사회부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