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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손을 놓고 있다가 최근 부산대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의 의학전문대학원 부정 입학 의혹 조사를 지시했던 교육부가 다시 ‘엄정 처리’에서 멀어지는 듯한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 때문인데, 유 부총리는 부산대 자체 조사에 대해 “다른 학교 사례를 보면 최소 3~4개월, 길면 7~8개월 걸린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빠르면 올 6, 7월, 늦어지면 10월이나 연말이 돼야 조 씨의 부산대 의전원 부정 입학 및 입학 취소 여부가 결정된다는 얘기가 된다.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론 달래기’ 차원에서라도 부산대 조사에서 조 씨의 어머니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1심 법원의 유죄 판결을 수용하는 결과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유 부총리의 유보적 발언으로 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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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부산대에 자체 조사를 지시할 때는 “입학 취소 권한을 가진 대학이 학내 입학 부정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조사한 후 일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대학에 적극적인 조사와 조치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됐던 것과는 또 다른 정반대의 스탠스를 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부가 뒤늦게 부정입학 의혹 조사로 선회할 때에도 일각에서는 선거를 위한 ‘시간 끌기’용이 아닌지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 실세인 조 전 장관 딸의 의사 면허 취소 여부가 달린 이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침묵하던 기존 태도를 바꿨다는 점만으로도 뭔가 원칙적인 처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보수 야권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의 조국 손절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었는데, 하지만 일각의 우려대로 만약 부산대 조사가 늘어지고 입학이 정당했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조국 손절’이 아닌 ‘조국 보호’가 되는 셈이다.
정 교수에 대한 1심 유죄 판결로 이미 조 씨가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 제출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 ‘7가지 스펙’은 모두 허위 또는 부풀려진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검찰 수사는 물론 법원의 1심 판결에서도 조 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에 부정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대학이 힘들여 자체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단까지 내려진 상태여서 교육부와 부산대가 부정입학 여부에 대한 판단을 조기에 내릴 수 있는 여건은 이미 갖춰졌다는 게 법조계와 교육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