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2년 ‘초등학생 강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누명을 쓰고 15년을 복역한 고 정원섭 목사가 2011년 10월 대법원에서 재심 무죄 판결을 확정 받고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1972년 ‘초등학생 강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누명을 쓰고 15년을 복역한 고 정원섭 목사가 28일 향년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정 목사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실제 주인공이다.
정 목사는 30일 경기 용인시 ‘평온의 숲’ 추모관에 안장됐다. 2018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정 목사는 생전에 아들 정재호 씨(58)에게 “법정에서 국가의 잘못이 인정되어야 한다. 정의가 살아 있는 한 국가에서 바로잡아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 목사는 1972년 9월 강원 춘천시에서 11세 여아가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의 집 근처에서 만화방을 운영하던 정 목사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정 목사는 사흘 동안 물고문 등을 받은 뒤 허위 자백을 했고 경찰은 “범행을 순순히 자백했다”고 발표했다. 재판에 넘겨진 정 목사는 이듬해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다행히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재심 권고를 내리자 정 목사는 법원에 2차 재심 청구를 했다. 대법원은 2011년 정 목사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정 목사는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정 목사는 국가 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2심 도중 다른 사건에서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사람이 손해배상 소송을 낼 때는 형사보상이 결정 된 뒤 6개월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정 목사는 6개월에서 10일을 경과해 소송을 제기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