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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 단교 42년만에 대만 방문… 中 “한계선 넘지말라” 반발

입력 | 2021-03-31 03:00:00

팔라우 대통령과 함께 대만 찾아
美-대만과 3자협력 강화 담화 발표
中 “‘하나의 중국’ 원칙은 외교 기본”
군용기 10대 띄워 또 무력시위 벌여



존 헤네시닐랜드 팔라우 주재 미국대사가 3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팔라우와 대만의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 자유화를 위한 상호 방역 완화 조치)’ 기념식에 참석해 오른손을 흔들고 있다. 그의 마스크에 대만과 팔라우 국기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타이베이=AP 뉴시스


남태평양 섬나라 팔라우의 존 헤네시닐랜드 미국대사가 28일 대만을 전격 방문하자 중국이 “한계선을 넘지 말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미국대사가 대만을 방문한 것은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는 단교한 후 42년 만에 처음이어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헤네시닐랜드 대사의 대만 방문 당일 군용기 10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켜 무력시위를 벌였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기자회견에서 “대만 문제는 미국과 중국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미국과 중국 관계의 기본”이라며 “미국과 대만 간 어떠한 왕래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미국이 중국의 한계선을 넘으려 시도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양국 관계와 대만해협의 평화 및 안정이 심각히 훼손되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영 환추시보 또한 30일 “팔라우는 명목상 독립 국가지만 미국대사가 ‘총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미국 의존이 심하다”며 “팔라우 주재 미국대사의 대만 방문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대만 외교의 낮은 수준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대만 쯔유시보 등에 따르면 헤네시닐랜드 대사, 사실상의 대만 주재 미국대사 격인 윌리엄 브렌트 크리스텐슨 미국대만협회(AIT) 타이베이 사무처장,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은 30일 타이베이의 한 호텔에서 미국, 대만, 팔라우 간 3자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공동 담화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헤네시닐랜드 대사는 “미국과 대만은 진정한 친구”라며 “미국, 대만, 팔라우의 협력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헤네시닐랜드 대사는 주재국 정상인 수랭걸 휩스 팔라우 대통령과 함께 왔다. 휩스 대통령은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대만과 팔라우의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을 기념하기 위해 28일부터 5일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음성이 확인되면 상호 입국금지를 해제하고 격리조치를 완화해주는 제도다. 미대사가 주재국 정상을 수행해 제3국을 방문하는 것이 이례적이고, 그가 굳이 팔라우와 대만이 상호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자리에 동행할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 대만과 밀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기조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중국의 반발에도 아랑곳 않고 대만과의 협력을 강화할 태세다. 2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 외교관의 대만 관리 접촉 제한 방침을 완화하고 양측 접촉을 장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팔라우의 이웃 나라인 솔로몬제도, 키리바시는 2019년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연을 끊었다. 하지만 휩스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후 대만을 방문한 첫 외국 정상일 정도로 대만과의 관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밀착의 배경에도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휩스 대통령은 28일 대만 도착 직후 공항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문에 미대사가 동행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미대사가 없었다면 1월 미국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