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아마데우스


이정향 영화감독
영화와는 달리 실제로는 모차르트가 살리에리를 부러워했다고 한다. 인품과 재능에 심지어 인복마저 따랐던 살리에리는 일찍 성공했고 말년까지 그 권세를 누렸지만 모차르트는 씀씀이가 커서 항상 돈에 쪼들렸다. 살리에리는 학생들을 거의 무보수로 가르쳤으며, 베토벤과 슈베르트를 대작곡가로 만든, 존경받는 스승이었다. 모차르트의 둘째 아들도 음악가로 키워냈다. 영화 속, 모차르트에게 아버지의 혼령처럼 등장해서 죽음으로 몰아간 실제 인물은 살리에리가 아니라 어느 돈 많은 귀족이었다. 영화는 현대인들이 모르던 살리에리라는 음악가를 세상에 드러냄과 동시에 천재 모차르트를 질투 때문에 죽인 범재(凡才) 살인자로 둔갑시켰다. 나도 대학생 때 이 영화를 보고 ‘살리에리 아저씨 참 한심하네’라고 욕했으니까. 그에게 미안하다.
나는 선생님들께 질투가 너무 없어서 문제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친구들이 나보다 예쁘고 부자인 건 내 잘못이 아니니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지 않나, 그들이 공부를 잘하는 건 노력한 대가니까 애먼 질투를 하기보다 게으른 나를 탓해야지, 하면서 맘 편히 살다가 열두 살 때 거울을 보며 대각성을 했다. ‘이 얼굴로 살아남으려면 유머 감각을 키워야겠다.’ 그 뒤로 엄청난 노력 끝에 친구들 사이에서 재미있고, 기발하고, 웃긴 존재가 되었다. 로맨틱 코미디로 데뷔를 한 후에야 20년 넘게 기울여온 노력을 내려놓았다. 내가 웃긴다는 걸 세상에 알렸으니 이젠 됐다 싶었다.
이정향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