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미래다]㈜트루윈
㈜트루윈 대전 본사 전경. 이곳은 약 5만9504㎡(약 1만8000평) 규모로 축구장 8배에 달한다.
국내서도 많은 기업들이 전장 센서 분야에 도전했지만 대부분은 높은 진입장벽 탓에 포기했다. 개발비용이 적지 않고 사업화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2014년 코스닥에 상장된 ㈜트루윈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변위 센서 원천기술을 확보했고 이를 발판 삼아 지속적으로 센싱 기술을 확장해나가는 기업이어서 주목된다.
핵심원천기술 확보에 주력
㈜트루윈이 생산하는 제품
회사 기술 성장의 핵심 발판은 2006년 설립 당시부터 R&D를 주도한 기업부설연구소가 꼽힌다. 부설연구소를 통해 근접센서의 원리를 이용한 차량용 스위치, 미등 및 정지등을 겸하는 정지스위치센서와 전자식 스탑램프 스위치 등 자동차 주요 부품들을 연이어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일약 국내 전장 센서 부문에서 주목할 기업으로 떠올랐다. 현재도 창업 초기에 개발된 센서들은 하나하나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신산업분야 공급망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분석과 대비 통해 미래차 시장 기대감 커져
트루윈은 전기차용 부품 공급에 잇달아 성공하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 아이오닉5에 ‘SLS 센서’를 독점 공급하는 성과를 거둔 게 대표적이다. ‘SLS’는 브레이크 페달 움직임을 감지해 차량 브레이크 램프 점등 신호를 출력하는 비접촉식 스위치로 내구성이 뛰어나 기존 기계식 스위치 대비 물리적 마모가 적으며 접점 불량도 없는 것이 장점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의 전기차업체 ‘니오’에 전기차용 센서인 ‘BPS(브레이크 페달 센서)’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2022년 상반기 내 6만 개 초도물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남 대표는 “꾸준히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맞춰 제품 수출량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전장 센서 분야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비결을 묻는 질문에 트루윈 남 대표는 “자동차 센서시장 특성상 원천기술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알고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시장서 요구하는 높은 기술 수준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했으나 현재는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리는 장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기술 수준도 글로벌 기업과 어깨 나란히
트루윈이 선보이고 있는 많은 센서 부품 중에서도 압력센서인 ‘IPS’와 변위센서인 ‘EPS’, 열상센서인 ‘IR센서’가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다. ‘IPS’는 금속이나 세라믹에 가해지는 유압 또는 대기 압력의 미세 변위를 이용해 압력을 측정하는 센서로 각종 압력에 반응하는 미세단위의 기계적 변위까지도 측정하는 게 기술력이다. 기존 기술과 차별화된 원천기술을 확보하면서 현재 트루윈이 확보한 관련 특허만 약 20건에 이른다.
‘EPS’에는 금속 물체의 접근 유무를 판단해 각종 위치 정보를 측정하는 기술이 담겨 있다. 자석 없이 금속 자체의 유무를 감지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는데 관련 특허도 약 40건에 이른다.
‘IR센서’는 생체 또는 각종 기계로부터 발생하는 열발생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로 트루윈은 반도체 표준 공정을 이용해 기존 가격 대비 20% 수준 내에서 관련 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관련 특허가 약 10건에 이르는데 활용 폭이 넓어 방범이나 의료 자율주행 등에서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5년에는 관련시장 규모가 약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에 접목할 경우 규모는 25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월 한화시스템과 열상 모듈 및 제품 사업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IR센서’ 및 열상엔진모듈 양산에도 능력을 갖춘 트루윈은 한화시스템이 자체 개발한 지능형 열상엔진모듈 ‘퀀텀레드’를 주문자상표부착 방식(OEM)으로 독점 생산해 공급한다.
두 회사는 퀀텀레드를 활용해 자율주행 자동차용 열상카메라 나이트비전에 대해 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사람이나 사물 온도를 근거리에서 정밀 측정하는 소형 및 저가 지능형 열상엔진모듈 개발도 논의 중이다.
한편 트루윈의 센서 기술이 최근 급성장해 자동차 센서 명가인 독일 보쉬, 일본 덴소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만한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전시회 등이 올스톱 돼 트루윈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협업을 제안해 기대감이 크다.
열영상 카메라 ‘써모비’ 출시
㈜트루윈의 열화상 카메라 ‘써모비’.
써모비는 생체 온도인 32도에서 42도 사이의 온도 구간에서 0.3도 내의 정밀성을 갖는 절대온도 측정용 열영상 카메라다. 이미 양산 체제를 구축한 해상도 80×60의 적외선 열영상 센서가 탑재돼 직접 인체 및 동물의 온도를 정밀히 측정할 수 있다. 트루윈은 NNFC(나노종합기술원)와 공동 개발을 마친 CMOS 전용 공정을 활용해 원가를 절감한 대량생산 기술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후속 제품인 ‘써모비_T’를 출시했다. 태블릿 PC와 일체형으로 개발돼 쉽고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다. CIS(CMOS 이미지 센서) 카메라와도 연동돼 기존보다 더 정밀하게 온도 측정을 할 수 있으며 원격제어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유지 보수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남 대표는 “써모비는 현재 정부기관 및 관공서 공급을 위한 조달청의 업체등록을 마쳤을 뿐 아니라 전국의 일반 소매 및 기업 간 거래(B2B) 판매 등에서 두루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전 지자체와 지역 내 소상공인에게 합리적인 납품을 위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며 “지역경제가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상연 기자 j301301@donga.com
한우물 판 우직한 경영… “열의와 정성이 경쟁력”
㈜트루윈 남용현 대표 인터뷰
㈜트루윈의 남용현 대표.
엔지니어 출신인 트루윈 남용현 대표는 “전장 센서 사업도 원천기술을 다루는 사업”이라며 “바이오산업과 유사점이 많다”고 말했다. 비록 바로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우직하게 투자와 연구를 밀어붙여야 훗날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남 대표는 한우물만 판 덕분에 전장 센서 국산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루윈의 장인정신은 업계에선 정평이 나있다. 고객사가 원하는 내구성 테스트가 1000만 번 정도여도 12배인 1억2000만 번 테스트를 할 정도다. 남 대표는 “센서의 핵심은 인식률과 내구성인데 자동차에 들어가는 만큼 단 한 건의 불량도 있어선 안 된다는 게 철칙이자 소신”이라고 말했다. 트루윈 제품에 대한 리콜 사태는 창립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다.
현재 트루윈은 130여 명의 임직원이 대전 본사에서 근무 중인데 매출의 10% 이상을 이 회사의 연구개발에 투자할 정도로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남 대표는 ‘열의와 정성’이라는 사훈을 내걸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한다. 직원들에게도 애사심이나 성과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하라고 말한다. 장인정신은 강요가 아니라 동기부여를 통해서 이뤄진다는 점을 남 대표는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트루윈은 2006년 창업 이래 국내 전장 센서 부문 국가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남 대표는 2014년에는 해외에 의존하던 센서 기술 국산화 성과를 바탕으로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그는 “리스크를 안고 한우물을 파는 것은 어리석지만 주어진 환경과 기술력, 인력, 시장을 예측하는 안목 등을 기반으로 집중해 나간다면 국내 많은 벤처기업들이 유니콘(시장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