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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버스 휠체어 좌석, 정면 향하지 않으면 장애인 차별”

입력 | 2021-04-01 11:02:00


이 사건 버스의 교통약자용 좌석 설치 공간(대법원 제공)© 뉴스1

버스의 휠체어 전용공간은 장애인이 버스 진행방향을 향해 착석할 수 있도록, 길이 1.3m는 버스 진행 방향으로, 폭 0.75m는 출입문 방향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일 김모씨가 김포운수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방향전환 못해 차별취급 당했다” 버스회사 상대 소송

휠체어를 사용하는 김씨는 2015년 12월29일 탑승했던 2층 광역버스에 “휠체어 전용공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방향전환을 하지 못해 다른 승객들과 달리 버스 정면을 응시하지 못한 채 타게 돼 차별적 취급을 당했다”며 운수회사를 상대로 300만원의 정신적 손해배상금과 버스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길이 1.3m, 폭 0.75m이상의 전용공간을 만들 것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해당 버스는 저상버스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 확보의무가 없고, 교통사업자인 피고가 고의 또는 과실로 장애인인 김씨에 대해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해 차별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은 교통약자용 좌석을 확보해야 할 대상을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저상버스 등 특정 버스를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며 2층 버스도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확보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버스는 휠체어 사용자가 버스의 진행방향과 직각 방향으로 착석하게 되는데, 버스의 급정거 또는 급출발 등 움직임에 따라 버스의 전진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다른 승객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사고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이 일반 좌석 전방에 마련되어 있어서 장애인은 탑승한 시간 내내 자신의 모습이나 표정이 일반 승객들의 정면 시선에 위치하게 되어 모멸감, 불쾌감,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는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입법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김씨에게 위자료 30만원을 지급하고, 운행하는 버스 중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에 전용공간을 1.3m, 폭 0.75m이상 확보하라고 판결했다.

◇대법 “교통약자용 좌석 정면 설치해야”…위자료는 불인정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은 원심과 같이 “교통사업자인 피고는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이 사건 버스에 교통약자용 좌석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며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이 정한 교통약자용 좌석 규모인 길이 1.3m는 버스 진행 방향으로, 폭 0.75m는 출입문 방향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원심 판결 중 위자료 인정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서 교통약자용 좌석의 길이와 폭을 측정하는 방법을 분명히 규정하지 않은 점, 피고는 지방자치단체와의 업무협약에 따라 이 사건 버스를 구입했는데, 그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피고에게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의 규모 기준에 미달한다고 지적한 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에게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위반에 관하여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위자료 청구를 인용한 부분을 파기해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 2007년 4월 10일 제정되어 2008년 4월 11일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적극적 조치 및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관하여 대법원이 심리·판단한 첫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