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배구 명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을 ‘밑바닥’에서 보냈다.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개막에 앞서 리빌딩을 선언한 삼성화재와 시즌 중반 이 흐름에 동참한 현대캐피탈은 거의 시즌 내내 하위권을 전전한 끝에 삼성화재가 최하위(7위), 현대캐피탈이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특히 삼성화재는 ‘몰락’이라는 표현을 써도 좋을 정도로 무너졌다. 삼성화재는 이번 시즌 총 승점 108 가운데 24.1%인 26을 따내는 데 그쳤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까지 전체 승점 가운데 평균 69.1%를 가져가던 팀이었다. 이번 시즌 6승 30패에 그친 삼성화재는 통산 승률(67.2%)에서도 현대캐피탈(67.4%)에 밀려 2위로 내려갔다.
삼성화재로서 그래도 고무적인 건 1996년생 동갑내기 레프트 신장호와 황경민이 가능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삼성화재 공격 시도 가운데 19.7%를 책임진 신장호는 공격 성공률 52.8%로 시즌을 마쳤다. 공격 성공률 순위에 이름을 올리려면 공격 점유율이 20%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에 순위에는 빠졌지만 기록 자체는 리그 전체 4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두 선수가 다음 시즌에도 현재 기량을 유지한다면 삼성화재는 ‘똘똘한 외국인 선수 한 명’만 잘 뽑아도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이번 시즌 삼성화재에서 가장 아쉬웠던 게 바로 외국인 선수 활약이다. 각 선수가 뛴 기간을 기준으로 하면 바르텍은 공격 점유율 44.7%, 마테우스는 40.6%를 기록했지만 삼성화재에서 기대하는 ‘파괴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은 “외국인 선수 선발 과정에서 선수들이 영상을 보고 가장 선호했던 선수가 바르텍이었다. 특히 세터들은 만장일치로 바르텍을 선택했다”며 “그러나 영상과 실제 플레이가 너무 달랐다. 바르텍을 교체하려고 했을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대체 선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 시즌이 아주 꼬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제 프로배구는 남자부보다 여자부가 더 팬들의 관심을 받는 리그가 됐다. 배구 전문가들은 남자부가 다시 살아나려면 열성 팬이 많았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예전처럼 다시 팽팽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려면 삼성화재가 옛 명성을 되찾는 게 급선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