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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김학의 불법출금’ 차규근-이규원 기소… 공수처 송치요구 거부

입력 | 2021-04-02 03:00:00

직권남용-허위공문서 등 혐의… 수원지검, 공수처와 사전협의 안해
수사팀 “기소 문제될 것 없어”… 공수처 “아직 입장 없다” 말 아껴
檢-공수처 갈등 본격화 가능성
‘성접대 재조사’ 수사 중앙지검도 사건 재이첩받으면 영장청구 방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일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로 이 검사 등의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기소 여부는 공수처에서 판단할 테니 공소 제기 전 사건을 송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이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검찰과 공수처 간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검찰-공수처 공소 제기권 두고 충돌 가능성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은 1일 이 검사에 대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행사 및 작성, 자격모용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다. 차 본부장에 대해선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피의자 주소지 등을 고려해 수원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수원지검은 이 검사와 차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공수처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법 어디에도 공수처가 재이첩한 사건에 대해 공소 제기권을 공수처가 가진다는 조항은 없다”면서 “공수처의 일방적인 주장이기 때문에 기소에 문제될 게 전혀 없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달 12일 이 검사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사건을 검찰에 넘기면서 별도 공문을 통해 ‘이 사건은 공수처가 공소 제기할 사건이니 수사 완료 후 공수처가 공소 제기를 결정할 수 있도록 송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수사팀을 이끄는 이 부장검사는 지난달 15일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라며 반발한 바 있다.

공수처는 수원지검이 이 검사와 차 본부장을 기소한 것에 대해 “아직 정리된 입장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과 공수처가 이 검사 등 기소를 계기로 기관 간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공수처장의 재량하에 공소 제기를 유보한 이첩도 가능하다. 법률상 부적법한지는 법원이나 헌법재판소 판단에 의해 가려질 문제”라며 공수처의 공소 제기권 보유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 檢, 공수처서 재이첩받으면 이 검사 영장 방침

수원지검은 기소에 앞서 이 검사를 5차례 조사했고, 차 본부장에 대해서도 4차례 출석을 요구해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당시 요건과 절차에 맞지 않게 긴급 출금을 신청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검사는 2019년 3월 23일 0시 8분과 오전 3시 8분 등 총 두 차례에 걸쳐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긴급 출금 요청서를 보냈는데 첫 번째 요청서엔 무혐의 처분이 난 서울중앙지검의 사건번호를 기재했고, 두 번째엔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의 내사 사건 번호를 썼다.

차 본부장은 이 검사가 보내온 김 전 차관 긴급 출금서가 허위인지 알고도 승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본부 공무원들을 상대로 김 전 차관의 출입국 정보를 177차례 무단 조회하도록 한 뒤 보고받은 혐의도 있다.

수원지검 사건과 별도로 대검 진상조사단의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재조사 과정에 대한 위법 여부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는 공수처로 이첩한 이 검사 관련 사건을 다시 이첩받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출석 요구에 한 번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이후 2주가량이 지난 현재까지 검찰로 재이첩할지를 결정하지 않았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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