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참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사퇴 후 처음으로 공개된 일정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정치적 발언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2일 오전 부친 윤기중 명예교수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윤 전 총장은 투표소에 들어갈 때 ‘보통 투표장에 부인과 함께 오는데 부친과 함께 온 이유’ 등을 묻는 기자들에게 “보시다시피 아버님께서 기력이 전 같지 않으셔서 모시고 왔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은 2층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이 ‘대권 행보로 해석해도 되느냐’, ‘추후 입당 등 정치적 행보를 언제 본격화하나’ 등을 물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님께서 기력이 전 같이 않아서…"
윤 전 총장의 이날 투표는 지난달 4일 총장직을 사퇴한 후 첫 공개 일정으로 주목을 받았다. 사퇴 당시 윤 전 총장은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윤 전 총장이 이날 투표소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윤 전 총장은 침묵을 선택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정치인이 아닌 일반인 신분으로서 투표 독려 등 정치적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전투표 모습 통해 우회적 야권 지지?
이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선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이 사전투표 사실을 공개한 것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선거운동 직접 지원에는 선을 그었지만 이번 사전투표 참여를 통해 우회적으로 야권에 대한 지지를 표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윤 전 총장은 사퇴 이후 주로 집에 머물며 연세대 김형석 명예교수 등을 만나 조언을 듣는 등 공개적으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의 의미에 대해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라며 “투표하면 바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연일 “투표장에서 지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론조사 지지율을 실제 득표율로 연결 짓기 위해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이 사실상 정치 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청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이 사전투표) 일정을 알린다는 것 자체는 정치적 행동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투표 참여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이 사전투표를 한다는 자체가 큰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자자들 "윤석열 파이팅" 환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아버지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를 모시고 사전투표를 했다.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제1동 주민센터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동아일보가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 29일 전국 유권자 10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일 발표한 차기 대통령에 대한 적합도(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31.2%를 기록하며 이재명 경기도지사(25.7%)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