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없다”는 오만이 분노 더 키워 간절한 읍소, ‘읍쇼’로 끝나선 안돼
길진균 정치부장
“우리더러 부패 세력이라니,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과거 정부에서는 없었겠나. 더 많았을 것이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 A는 통화에서 “하필 선거 앞두고 이런 일이 터져서”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그의 말처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일부 인사들의 부패 때문일까.
종종 정치에선 실체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더 중요한 경우가 있다. 이명박(MB) 대통령 때 촛불시위도 꼭 광우병 쇠고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다. 국민의 안전과 보건이 걸린 중대 이슈를 부처 간 충분한 협의, 야당과의 대화도 없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이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그것도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농장에서 웃는 모습으로 골프카트를 타면서. 여기에 “우리가 미국에서 살아봐서 아는데 미국산 쇠고기는 싼 데다 안전하다”는 식의 가르치려는 태도까지 겹치자 민심은 폭발했다.
집권 기간 4년 동안 민주당의 반복된 태도가 있다. 악재가 터지면 “터무니없는 정치 공세”로 치부했다가, 민심이 더 나빠지면 “적폐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더했다”고 공격의 화살을 돌리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이 오세훈 후보를 겨냥해 내곡동 땅을 집중 거론하고 “MB 아바타”라고 부르는 것도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더 부패한 세력이다. 미워도 민주당을 찍어야 부패가 덜하다”는 전략이다. 근데 좀처럼 지지율 격차가 줄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부패에 화난 게 아니라 갖은 정책 실책에도 제때 사과하고 반성하지 않는 집권세력에 화가 난 것이기 때문이다.
유세 현장에서 성난 민심을 몸으로 맞닥뜨린 민주당은 뒤늦게 사과 행보에 나섰다. “무한 책임을 느끼며 사죄드린다. 간절한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겠다”(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그 원인이 무엇이든 민주당이 부족했다”(김태년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연일 고개를 숙이고 있다. 민주당은 릴레이 사과와 반성이 막판 반전의 모멘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선거 이후에도 지금의 간절함을 잊지 않는 것이다. 오만 프레임에 휩싸인 민주당이 신뢰까지 잃는다면 정권 말 국정 운영과 차기 대선은 더욱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절박한 읍소가 선거를 앞둔 정치적 ‘읍쇼’가 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