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창 경제부 기자
4년 9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금융위원회는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중금리 대출 비중 확대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화려한 구호로 포장된 중금리 대출 약속이 지켜졌다면 필요 없을 일이다. 금융위는 올해 초 중금리 대출 상품 활성화를 주요 업무계획으로 내걸었다. 중금리 대출 확대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 가운데 하나였는데, 이들이 신용도 높은 사람들에 대한 대출에 집중하고 있는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중금리 시장의 ‘메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직후부터 ‘양치기 소년’이 됐다. 카카오뱅크가 문을 연 지 두 달여 만에 1∼3등급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국정감사의 단골 소재로 다뤄졌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2월 나간 카카오뱅크의 전체 일반신용대출 가운데 금리 연 4% 미만의 대출 비중이 74.7%였다. 케이뱅크는 48.5%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적용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경제학의 기본조차 모른다”는 논란이 일자 다음 날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중금리 대출 시장에 흡수될 수 있는 여러 조치를 보완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고금리와 사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려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문 대통령의 안타까움은 진심이라 믿고 싶다. 정부가 말로만 ‘중금리 대출 확대’를 외쳐봐야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왜 초심을 잃었는지 실패 경험을 들여다보고 근본적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 문 대통령의 진심을 전달하는 출발점이다.
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