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김태형 지음/292쪽·1만6000원·갈매나무
인문 분야에서 MD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는 분야 중 하나가 심리서다.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의 ‘질서 너머’(웅진지식하우스)를 필두로 ‘당신이 옳다’(해냄출판사)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청아출판사) ‘홀로서기 심리학’(메이븐)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 등 다수의 심리서가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다. 이 책들 중 상당수가 반짝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오랜 기간 읽히는 스테디셀러다.
이 책은 이런 심리서가 설파하는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심리학이 말하는 행복으로 가는 길이 우리 사회를 불행으로 이끈단다. 심리서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온 인문 MD로서 펼칠 수밖에 없는 책이다.
이 책이 공격 대상으로 상정한 심리학은 여러 이름으로 등장한다. 주류 심리학, 긍정 심리학, 미국 심리학이 그 이름이다.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며 불평등을 방치한 미국 시스템과 공존해온 미국 심리학은 행복을 개인의 문제로 치환해버린다는 것. 주류 심리학이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정신승리지만 무너져버린 사회에서 개인에게 긍정을 요구해본들, 돌아오는 건 행복이 아니라 불행과 절망이라는 지적이다.
저자의 논지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다. 다양한 학설과 방법론이 경합하는 학계에서 주류 심리학이라는 실체가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심리학이 자본이 노동을 착취하고 회유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단정 역시 복잡한 사회를 지나치게 단순한 계급 모델로 환원해버린 느낌이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정신 건강이 불평등 심화로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벼락 거지’라는 신조어가 나타내듯 많은 사람이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을 심각하게 느낀다.
지난해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에서 아파트 매입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부는 불평등이 개인의 정신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다만 이 문제를 풀 주체는 심리학이 아니라 정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