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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밑그림에 강양택이 채색… KCC 1위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입력 | 2021-04-03 03:00:00

‘감독급 코치’ 불리는 강양택 코치… 20년째 국내 최장수 코치 생활
그림자 같은 참모로 감독 보좌
“경기전 상대팀 연습때 눈여겨봐… 몸상태 보고 수비패턴 감독에 건의”
전감독도 코치 분석따라 작전 바꿔



전창진 감독(왼쪽)을 보좌해 프로농구 KCC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강양택 코치. KBL 제공


최근 프로농구 KCC가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은 데는 강양택 코치(53·사진)의 역할도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코치는 프로농구 최고령 코치다. 10개 구단 감독 가운데도 선배 지도자는 KCC 전창진,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 둘뿐이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연세대 86학번 동기.

그래서 전창진 감독이 “감독급 코치”라고 표현할 정도. 삼성에서 선수로 뛴 강 코치는 2002년 명지대 코치를 시작으로 프로농구 SK, LG, 남자 농구 대표팀 등 코치를 역임했다. 코치로만 거의 20년 경력. 묵묵히 감독을 돕는 ‘그림자 참모’의 대명사다.

전 감독은 우승 확정 후 “강 코치가 옆에 있는 게 행운”이라며 우승의 공을 강 코치에게도 돌렸다. 전 감독이 큰 그림을 그리고 선수단을 이끌 수 있도록 강 코치는 전력 분석과 선수 컨디션 등을 세밀하게 챙겼다. 이번 시즌에는 전 감독에게 더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고 경기력과 승패에 직결되는 핵심 정보를 빠르게 공유했다. 강 코치는 “감독님이 시키는 것만 하면 나도 외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 의견도 감독님에게 분명하게 전달하고 직접 ‘티칭’도 할 수 있다면 서로 외로움도 덜 느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강 코치는 팀이 연패에 빠질 것 같으면 전 감독에게 ‘에이스’ 이정현과의 깊은 대화를 주선해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며 위기를 넘겼다. 특정 상대 선수의 현재 컨디션을 즉각 살펴 경기 중에도 수시로 전 감독에게 제공했다. 강 코치는 “경기 전 상대 선수별로 몸을 풀 때 슛 컨디션과 몸의 균형, 움직임 등을 유심히 파악한다. 평소 슛 적중률이 50%인 선수라도 경기 전 몸이 좋지 않으면 20∼30%대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 감독에게 알려준다. 이 정보들은 감독이 수비 패턴 등을 선택하는 데 아주 중요했다”고 전했다. 전 감독이 정창영, 송교창의 포지션 변경을 고려할 때 그렇다면 새 옷은 어떻게 입을지 세밀하게 분석해준 것도 강 코치다.

전 감독은 삼성 프런트 시절 강 코치와 인연을 맺었다. 감독급 코치인 강 코치에 대한 배려와 함께 늘 귀를 열어두고 있는 것도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한때 독불장군 스타일이던 전 감독이 선수들과 소통을 강조하며 변하게 된 데는 푸근한 맏형 같은 리더십이 돋보이는 강 코치 보좌도 컸다.

강 코치는 정규리그의 기쁨을 뒤로한 채 다가올 플레이오프 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치는 운명인 것 같아요.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지키고 있는 감독 옆을 오래 지키며 나름대로 내 컬러를 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인 듯합니다.”

용인=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