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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메달을 향한 진종오의 도전[정윤철의 스포츠人]

입력 | 2021-04-03 10:00:00


‘권총 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는 지난해 한 방송사로부터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않으면 올림픽 때 해설위원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생애 다섯 번째 올림픽 출전을 향한 꿈을 키우고 있던 그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더라”면서 “이제 정상에서 내려올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은 방송 해설보다 선수로 직접 올림픽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7월 23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에 돌입했다.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은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됐다. 최근 자신의 이름을 딴 ‘택티컬리스트 진종오 사격장’이 위치한 경기 성남시 신구대학교에서 만난 진종오는 “지난해에는 올림픽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 훈련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면서 “방역이 제대로 이뤄질 지가 여전히 걱정되지만 현재로서는 올해 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도쿄 땅을 밟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해외 관중 없이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일본인 관중의 경기장별 입장 상한선은 이번 달 중에 결정된다.

‘권총 황제’ 진종오는 이달 열리는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도쿄올림픽에서 개인 통산 7번째 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성남=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7번째 메달을 향한 꿈
진종오는 2004 아테네올림픽을 시작으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네 번의 올림픽에 참가해 메달 6개(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획득한 한국 사격의 전설이다. 그가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메달 1개를 추가하면 역대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7개)을 세우게 된다. 현재 진종오는 양궁 선수 김수녕(은퇴)과 이 부문 공동 1위다. 진종오는 “한국 선수 최다 메달 기록에 욕심이 난다. 이 기록을 작성한다면 사격 인생의 값진 업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진종오가 세계 사격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던 남자 50m 권총은 리우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종목에서 빠졌다. 이 때문에 진종오는 자신의 부전공 격인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진종오는 올림픽 10m 공기권총에서는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땄다. 대한사격연맹은 16일부터 30일까지 창원국제사격장에서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국가대표를 뽑는 선발전을 연다. 진종오가 참가하는 10m 공기권총은 5차례 선발전을 치러 합산 기록 상위 2명이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사격대회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진종오는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진종오는 “대회 참가와 훈련의 반복으로 이뤄졌던 신체 리듬이 무너지면서 경기 감각이 떨어진 것이 걱정”이라면서 “하루빨리 감각을 끌어올려 최고의 컨디션으로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그는 매일 사격장에서 무게 1.2kg의 권총을 들고 하루 최대 300발씩을 쏘고 있다. 통상 100발을 쏘는 데 1시간이 소요된다.

진종오는 40대에 접어들면서 떨어진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는 “내가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30%의 재능과 70%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반복 훈련을 통해 젊은 시절과 같은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격장에 BTS의 노래가 흘러나온다면
사격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기점으로 경기 환경에 변화가 생겼다. 국제사격연맹(ISSF)은 사격 경기가 지루하다는 인식을 바꾸고, 사격장을 찾은 관중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국제대회에서 경기장에 음악을 틀고 있다. 리우올림픽 때는 팝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일부 브라질 관중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때 응원 도구로 등장했던 ‘부부젤라’ 모양의 피리를 불어 선수들이 집중력 유지에 애를 먹었다.

진종오는 “경기장에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과 일본인 관중의 응원을 이겨내야 한다”면서도 “기왕이면 한국 가수의 노래가 들리는 가운데 올림픽 메달 사냥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리우올림픽 당시 ISSF는 결선에 사용될 음악을 ISSF 선수위원회 선수위원들에게 추천받았다. 당시 선수위원이었던 진종오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추천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진종오는 “만약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ISSF가 리우올림픽 때처럼 선수위원들에게 음악을 추천 받는다면 이번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노래가 후보에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BTS의 노래 중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올림픽 조직위와 ISSF의 선택을 받으려면 노래를 추천하는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노래여야 한다”면서 “BTS의 히트곡인 ‘다이너마이트’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노래인데다 영어 가사로 돼 있어 선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진종오는 하루 최대 300발씩을 쏘는 훈련을 반복하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동아일보DB



● 황제만의 권총
진종오는 고등학생이었던 17세 때 구입한 100만 원짜리 중고 총으로 사격을 시작했다.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며 세계 사격계의 거물로 성장한 그는 총기회사들이 앞 다퉈 홍보 모델로 모시고 싶어 하는 선수가 됐다.

현재 진종오는 오스트리아 총기회사 슈타이어가 자신만을 위해 제작한 빨간색 권총(제작 기간 1년)을 사용하고 있다. 통상 권총 색상은 검정색이나 은색인 경우가 많지만 진종오는 ‘나는 남들과 다른 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총기회사에 빨간색으로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진종오는 “세계에 하나뿐인 나만의 총을 가지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뤄 행복하다”면서 “총기회사로부터 내가 자신들이 만든 권총을 사용한 이후 제품 판매량이 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웃었다.

사격 대중화를 위해 한때 왕성한 방송 활동을 하기도 했던 그는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총사령관 진종오’를 개설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진종오 사격장에서는 사격기술 연구소인 ‘택티컬리스트’와 함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스크린 사격대회를 열기도 했다. 진종오는 “많은 분들에게 사격이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성남=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