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주년 4·3 추념식 참석…완전한 해결 의지 재확인 "4·3 특별법, 역사의 집 설계도…성실한 이행 약속" "수형인 명예회복 후속 조치…배·보상 기준 마련 최선" "유해발굴, 유전자 감식 지원…트라우마센터 승격 노력"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제주 4·3 사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 방안이 담긴 4·3 특별법 개정안 통과에 관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정부는 4·3 영령들과 생존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의 염원을 담아 만든 설계도를 섬세하게 다듬고, 성실하게 이행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제주시 봉개동 제주 4·3 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 다목적홀에서 봉행된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추념사에서 “이번에 개정된 특별법은 4·3이라는 역사의 집을 짓는 설계도”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4·3 추념식에 참석했다. 취임 이듬해이던 2018년 제70주년 추념식까지 더해 이번이 세 번째 참석이다. 4·3 특별법 전부 개정안 처리 등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 의지를 강조한다는 의미가 문 대통령의 세 차례 추념식 참석 속에 담겼다.
이어 “제주도민들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죽음과 이중 삼중으로 옭아맨 구속들이 빠짐없이 밝혀질 때, 좋은 나라를 꿈꿨던 제주도의 4·3은 비로소 제대로 된 역사의 자리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4·3에는 두 개의 역사가 흐르고 있다”며 “국가폭력으로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 최대의 비극이 담긴 역사이며, 평화와 인권을 향한 회복과 상생의 역사”라고 말했다.
이어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가 권력은 제주도민에게 ‘빨갱이’, ‘폭동’, ‘반란’의 이름을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켰고, 군부 독재정권은 탄압과 연좌제를 동원해 피해자들이 목소리조차 낼 수 없게 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4·3은 대립과 아픔에 갇히지 않았다. 살아남은 제주도민들은 서로를 보듬고 돌보며 스스로의 힘으로 봄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화해의 정신으로 갈등을 해결하며 평화와 인권을 향해 쉼 없이 전진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특별법 개정으로 1948년과 1949년 당시 군법회의로 수형인이 됐던 이천오백서른 분이 일괄 재심으로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열렸다”며 4·3 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이미 2019년과 작년, 두 차례의 재심을 통해 생존 군법회의 수형인 스물다섯 분이 무죄선고를 받고 70년 세월 덧씌워진 굴레를 벗으신 바 있다”며 “지난달 16일에는 행방불명 수형인 삼백서른세 분과, 일반재판 생존 수형인 두 분이 재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가족을 잃고, 명예와 존엄, 고향과 꿈을 빼앗긴 이천백예순두 분의 특별재심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정부는 한 분 한 분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배상과 보상을 통해 국가폭력에 빼앗긴 것들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무엇으로도 지나간 설움을 다 풀어낼 수 없겠지만, 정부는 추가 진상조사는 물론, 수형인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며 “배상과 보상에 있어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며칠 전 가시리에서 유해를 발굴한 세 분을 포함해 지금까지 유해로 돌아오신 사백여덟 분 중 이백일흔다섯 분은 아직까지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유해 발굴 사업과 함께 유전자 감식을 지원해 반드시 고인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릴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