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여파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초반으로 추락하면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확산을 막고 국정운영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4월 개각설’이 여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세균 국무총리(사진)가 3일 앞으로 다가온 4·7 재·보궐선거 이후 대권 도전을 위해 사임을 밝힐 것이 유력한 만큼 이를 계기로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개각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청와대는 정 총리 후임 인사를 비롯해 개각 시기와 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후임 총리 ‘여성이냐, 영남 출신이냐’
4월 선거 이후 정 총리 교체는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정 총리는 1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거취 문제는 대통령께 먼저 말씀드리고 입장을 표명하는 게 순리”라며 “때가 되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총리실 관계자도 “정 총리의 퇴임 시기에 대해서는 보궐선거 이후 논의하기로 한 상태”라고 전했다. 정 총리는 보궐선거 결과 등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에라도 사의를 밝히고 후임자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 한 달 가까이 시간이 걸리는 만큼 남은 정부 임기를 고려할 때 지명을 서둘러야 후임 총리가 최소 1년을 재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내면서 청탁금지법을 입안했던 김영란 전 대법관이 하마평에 오른다. 청렴과 공정 이미지가 강한 김 전 대법관을 총리로 기용해 LH 사태로 커지고 있는 현 정부의 ‘내로남불’ 이미지를 옅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 중 한 명이다.
이낙연 전 총리와 정 총리가 모두 호남 출신인 만큼 영남 출신이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구가 고향인 4선 의원 출신의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북 의성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김영주 전 무역협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다.
○ 장관 최소 3∼5명 교체 가능성
‘시한부 유임’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물론이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 재직 2년이 넘은 장수 장관들도 교체 대상이다. 재직한 지 2년이 가까워진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교체될 경우 개각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경질되면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교체를 통해 새로 경제팀을 재편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18년 12월 취임한 홍 부총리는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등을 두고 여당과 파열음을 빚으며 이미 두 차례 사의를 밝혔고 피로감도 높은 상태다. 다만 총리 교체 시 직무대행을 부총리가 맡게 될 수도 있어 바로 교체하기보다는 시차를 두고 바뀔 가능성도 있다. 홍 부총리 후임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대사 등이 거론된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