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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만 알아도 금퇴설계 가능하다[최재산의 노후대비 금퇴설계]

입력 | 2021-04-05 03:00:00


최재산 신한PWM 여의도센터 PB팀장

월급날은 항상 설레고 기다려진다. 우리는 소중한 월급을 생활비로 쓰고 노후를 위해 연금도 넣는 등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과소비를 하는 것도 아닌데 치솟기만 하는 집값, 늘어나는 자녀 학원비 등을 생각하면 월급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벅차다. 그러다 보니 노후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해야 할 건 많고,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을 때 가장 현명한 방법은 선택과 집중이다. 직장인이라면 퇴직연금 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이 노후 준비를 위한 선택과 집중의 좋은 방법이다.

퇴직금은 익숙하지만 퇴직연금이라고 하면 복잡하고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내용을 한 번에 정리하기보다는 큰 흐름부터 먼저 파악해 보려고 한다. 직장인의 삶을 살면서 퇴직연금을 ‘가입’하고 ‘보유’하다가 ‘수령’하는 일련의 과정을 한 번쯤 정리해 두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퇴직연금만 잘 알아도 은퇴 준비의 절반 이상은 해낼 수 있다.

○ 퇴직연금 가입자 절반, “가입 유형 몰라”


퇴직금이면 퇴직금이지 퇴직연금 제도는 왜 나왔을까. 기존의 퇴직금 제도는 중간 정산을 할 수 있어서 퇴직 전에 이미 상당한 금액을 인출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직원들의 퇴직금을 보유한 회사가 문을 닫아버리면 퇴직금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약점도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퇴직연금 제도다.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을 통해 기업이 직원들의 퇴직금 재원을 마련해 회사 외부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도 퇴직금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게 됐다. 한 번에 목돈을 받는 게 아니라 연금으로도 받을 수 있도록 해 국민연금과 함께 일정한 노후 소득이 보장될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본인이 가입한 퇴직연금이 확정급여(DB)형인지, 확정기여(DC)형인지 모른다고 대답한 직장인이 조사 대상의 50%가 넘는다는 설문 결과가 많다. 퇴직연금은 가입, 운용 단계에서 DB형과 DC형 두 가지로 나뉜다. 그리고 퇴직 후에는 DB형이든 DC형이든 모두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받게 된다. 퇴직소득세를 제외하고 일시금으로 찾으면 흔히 우리가 아는 목돈 형태의 퇴직금을 받는 것이다. 반면 만 55세 이후 연금 수령을 신청하면 원하는 금액으로 나눠 받을 수 있다. 즉, 퇴직연금은 퇴직 전에는 DB형이나 DC형으로 퇴직금이 쌓이고, 퇴직 후에는 IRP 계좌로 퇴직금을 입금받는 구조로 정리할 수 있다.

퇴직연금을 도입한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내 퇴직연금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봐야 한다. 회사가 두 유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지, 어떤 유형이 내게 유리한지도 알고 있어야 한다.

DB형은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이 기준이다. 매년 임금이 꾸준히 오르는 경우 퇴직 전 임금이 높을 것이기 때문에 임금 상승률이 높은 기업에 다니고 있다면 DB형이 유리하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기 직전 DB형에서 DC형으로 갈아타는 이들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총임금의 12분의 1을 내 DC형 계좌로 넣어준다. 해당 금액을 재직하는 동안 어떻게 잘 운용하느냐에 따라 퇴직금으로 받는 액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임금 상승률보다는 자신의 투자, 운용 역량이 더 중요하다.

○ “내 퇴직금 한번 불려볼까?”


DB형 가입자는 별도로 할 일이 없다. 퇴직금의 운용과 지급을 회사가 모두 책임지기 때문에 회사 퇴직급여 담당 부서의 역할이 더 크다. DB형을 채택하고 있는 회사의 재무 담당자들은 직원들의 퇴직금을 불리기보다는 원금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훨씬 크다. 따라서 주로 원리금 보장 상품 위주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자금을 자산 배분 차원에서 투자 상품에 넣는다면 몰라도, 규모 있게 투자 비율을 늘리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결국 내 퇴직금을 불린다는 얘기는 DC형 가입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DC형은 매년 회사가 넣어주는 돈 외에 개인 자금을 추가로 불입하는 것도 가능하고, 개인 투자 성향에 맞춰 스스로 운용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본인의 투자 성향과 역량이다. 투자 경험이 많고 주기적으로 상품 ‘리밸런싱(변경)’을 할 수 있다면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투자 세미나, 추천 상품 목록을 바탕으로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상품들을 활용해 퇴직금을 불려나가는 계획을 세워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투자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돼 연금도 스스로 투자하며 불려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에 맞게 스스로 상품을 변경하면서 연금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연금을 직접 운용한다는 것은 어떤 상품을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기본적으로 원리금 보장 상품과 원리금을 보장해주지 않는 상품의 투자 비율을 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각자 스스로의 투자 성향을 생각해보고 3 대 7, 5 대 5, 7 대 3 등으로 비율을 정하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원리금 보장 상품은 말 그대로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으로 정기예금이 대표적이다. 원리금 비보장 상품은 ETF 등 투자 상품을 뜻한다. 원금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면 원리금 보장 상품의 투자 비율을 늘리고, 원금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더 큰 수익을 얻고자 하면 원리금 비보장 상품에 더 많이 투자하는 식이다.

일하느라 바빠 시장 상황을 보기도 힘들고, 자주 상품 변경을 할 수도 없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는 ‘타깃데이트펀드(TDF)’다. 이 상품은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target date)으로 해 펀드가 생애주기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해준다. 퇴직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재직 초기에는 주식으로 공격적으로 운용해보고, 퇴직이 다가올수록 주식 비중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채권 비중을 높여 나간다는 콘셉트를 적용하기 좋은 펀드다.


최재산 신한PWM 여의도센터 PB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