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시아계 증오범죄]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오후 3시경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한인 슈퍼마켓에서 20대 흑인 남성(하비어 래시 우디실러스·작은 사진)이 쇠막대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이 남성은 슈퍼를 운영하는 한인 성열문 씨 부부에게 욕설을 하며 “중국인들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유튜브 캡처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미국에서 이번엔 20대 남성이 한인의 슈퍼마켓에 들어가 길이 1m가 넘는 쇠막대기를 마구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한인 부부에게 “중국인들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또 길을 가던 한국계 50대 남성이 넉 달 전 일면식도 없던 10대 청소년에게 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부러진 일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련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한국계 50대 남성의 가족은 폭행 피해 후 불안감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버스터미널 안 슈퍼에 20대 남성이 쇠막대기를 들고 들어와 냉장고, 선반 등을 때려 부수는 난동을 부렸다. 이를 본 손님들이 겁에 질려 밖으로 빠져나가는 장면이 가게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이 슈퍼는 샬럿한인회장을 지낸 성열문 캐롤라이나한인회연합회 이사장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다.
20대 흑인, 한인 슈퍼 들어와 “너희나라 돌아가라” 욕설-폭력
성 이사장은 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청년이 우리를 향해 ‘이 빌어먹을 중국인들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며 다짜고짜 욕을 했다”면서 “아내를 성희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0대 흑인이 난동을 부리는 동안 그의 친구들은 밖에서 카메라로 가게 안을 촬영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지역 언론들에 따르면 난동을 부린 남성은 하비어 래시 우디실러스(24)로 강도, 협박 등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증오범죄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38년 전 이민을 와 20년간 가게를 운영해 왔다는 성 이사장은 “요즘엔 흑인들이 아시아인을 우습게 보고 인종차별을 더 많이 한다”며 “경각심을 주기 위해 모든 인터뷰에 응하고 있고 지금도 폭스뉴스와 지역언론에 계속 톱뉴스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쇠막대기 난동에 대해 “분명한 증오범죄다. 이전에도 흑인들이 가게에서 인종차별적 욕설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 같은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워싱턴주 터코마에서 50대 한국계 남성이 지난해 11월 10대 청소년에게 맞아 갈비뼈가 부러지고 얼굴에 피멍이 드는 피해를 본 일이 최근 SNS에 관련 동영상이 오르면서 뒤늦게 드러났다. 영상엔 한 남자가 피해자에게 달려들어 여러 차례 주먹질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피해자의 아내로 보이는 여성은 한국말로 “하지 마”라고 하면서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른 남성은 이를 지켜봤다.
공격을 당한 남성(56)은 최근 시애틀 지역언론에 “주먹이 날아왔고 나는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면서 “이들이 달아난 뒤 경찰을 불러 상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계라서 공격을 당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는 아시안이고 나이가 들었고 체구가 크지 않다”며 “그들을 용서하고 싶지만 이것이 나쁜 일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 가족은 결국 터코마에서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다음 달 1일 텍사스주 연방하원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나선 한국계 세리 김 공화당 후보(42·여)가 “(중국 이민자들이) 미국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한국계 의원들이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나섰다. 1일 댈러스모닝뉴스에 따르면 김 후보는 지난달 31일 공화당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중국과 중국 이민자들은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안겼으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 후보는 1일 CNN에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을 향해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같은 당 소속인 영 김(59), 미셸 박 스틸(66) 하원의원은 2일 성명을 내고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