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44세의 아시아계 여성은 아이들과 함께 맨해튼의 전철안에서 봉변을 당했다. 오후 2시반께 타임스퀘어로 가는 전철안에서 한 남성이 난데없이 침을 뱉으며 ‘아시안 창녀’라고 욕을 하고 “바이러스를 가져온 인간”이라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친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너희를 죽일 것”이라는 악담도 퍼부었다. 참다못한 여성이 녹음하려 하자 남성은 손을 가격해 휴대폰을 떨어뜨리게 한 다음 냉큼 주워서 객차 문을 열고 선로로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타임스퀘어에서 뛰어 내려 달아났다.(뉴욕포스트 기사 발췌)
#지난 3월29일 밤 한 29세 아시아계 여성은 하마터면 불에 타죽을 뻔 했다. 맨해튼 34번가-헤럴드스퀘어 역에 서 있던 그의 뒤로 누군가가 살금살금 다가갔지만 여성은 눈치채지 못했다. 열차가 들어와 탑승한 후에 승객들은 배낭이 불타고 있다고 소리쳤다. 역에 서 있을 때 다가온 그 남성이 가방에 불을 붙였고 이게 더 크게 타올랐던 것이다.(뉴욕포스트 기사 발췌)
지난 한해 동안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인종 혐오 범죄가 급증했으며 대부분은 코로나19 바이러스나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말과 함께 폭행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3월 이후 언론에 보도된 110건 이상의 반아시아 정서에 의거한 폭력 사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약 절반의 사례에서 “네가 바이러스다” “넌 감염됐다” “중국으로 돌아가” “네가 바이러스를 여기 가져온 사람 중 하나다” 등의 코로나19 관련한 비난이 동반되었다. 인종 혐오 범죄는 아시아계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서도 이뤄졌지만 아시아계가 별로 없는 작은 마을에서도 발생했다.
◇ 사례 절반이 “네가 바이러스다” 언어 폭력 동반 : NYT는 가장 터무니없는 사례들만 기사화되기 때문에 실제 아시아계가 겪었던 폭력과 괴롭힘은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권운동가들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대유행 초기에 반아시아 정서가 고조됐다고 설명했다.
NYT는 뉴욕 경찰에 접수된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2019년엔 3건에 그쳤지만 지난해 28건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올해는 벌써 지난해 전체 신고 건수보다 많은 35건이 신고됐다고 전했다.
지난주 뉴욕주 민주당 의원인 그레이스 멍은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우리 아시안은 이제 인간 이하의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언어 공격 중 상당수는 ‘친크’(chink·중국인을 속되게 부르는 말) ‘차이나맨’ 등을 사용했고 쿵푸와 플루를 결합한 ‘쿵플루’(Kung flu)로 코로나를 부르며 아시아계를 조롱했다. 아시아인을 공격하는 말의 낙서나 기물 손괴 행위 즉 ‘반달리즘’은 이들의 집이나 사업장, 자동차 뿐 아니라 공공장소에서도 나타났다. 예를 들어 한 뉴욕시 지하철 벽에는 “중국인을 모두 죽여라”는 낙서가 써 있었다.
NYT가 열거한 지난해와 올해 폭력 사례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뉴욕 맨해튼에서 23세 한국 학생은 한 여성으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 소리를 들으며 얼굴을 주먹으로 맞는 폭행을 당했다. 역시 맨해튼에서 한 남성은 길에 서있다가 “저 남자는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리와 함께 양동이 물 세례를 맞았다.
올해 3월에 폭력은 다시 급증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더 집요해졌고 신체적 공격이 절반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많아진 것이 차이였다.
마이애미에서 한 남성은 손소독제를 들고 한국 여성 노인을 계속 따라다니며 상스러운 표현과 함께 “너 자신을 닦으라”고 말했다.
주로 힘없는 50대나 60대 노인들이 대낮에 맨해튼에서 머리나 얼굴을 맞고, 발길질 당했지만 뉴욕 퀸스구에서는 13세 소년이 머리에 10대들이 던진 야구공을 맞으며 그들로부터 욕과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 NYT는 “폭력은 경계를 모르는 채 세대, 소득 계층, 지역을 확대해가며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