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인 5일 경기 구리시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봉분을 덮고 있는 억새(靑薍,청완)를 자르는 청완 예초의가 열리고 있다.
쓱~싹, 쓱~싹.
낫이 억새에 속삭이듯 예초꾼의 손놀림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습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1335~1408)는 74세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고향인 함경남도 함흥에 묻히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왕릉은 도성에서 10리 밖, 100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왕실 규율에 따라 지금의 경기 구리시 동구릉에 묻혔습니다.
이를 따르지 못한 태종은 부친의 무덤을 만들면서 함흥에서 자라는 억새인 ‘청완’을 가져다 봉분에 심었습니다. 억새가 듬성듬성해지자 씨를 받아 다시 무성하게 만들었고 매년 한식에 억새를 베고 능을 손질했습니다.
한식인 5일 경기 구리시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봉분을 덮고 있는 억새를 베고 고유제를 지내고 있다.
1년에 5~7차례 잔디를 깎는 일반적인 조선 왕릉과 달리 건원릉의 억새는 자주 베면 죽을 수 있어서 1년에 한번 한식날에만 벱니다. 건원릉은 조선 왕릉 중 유일하게 억새로 덮여 있습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청완 예초의는 2014년부터 공개행사로 진행됐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시민 참여를 제한했습니다. 지난해에 생략한 고유제(告由祭)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거행했습니다.
“우리 예초꾼들은 백신(?)을 신어서 코로나19 감염 걱정은 없어!”
예초꾼이 한 농담처럼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져 문화유산을 편안히 찾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봅니다.
글·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