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투, 포일, 실책이 이어지며 허무하게 동점을 허용한 데다 상대 선수와 충돌까지 나오며 교체됐지만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의 도전은 전율을 일으키게 했다. 빠른 공을 던질 줄도, 때려낼 줄 아는 그는 메이저리그(MLB)의 각종 기록을 다시 썼다.
오타니는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 2번타자 선발투수로 출전했다. 에인절스가 자레드 월시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화이트삭스를 7-4로 이겼는데, 일단 오타니는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오타니는 투·타에 걸쳐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101.1마일(약 163㎞)의 강속구를 던졌으며 115.2마일(약 185㎞)의 홈런 타구를 날렸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가 던진 가장 빠른 공이었으며 타자가 때린 가장 빠른 공이었다.
에인절스가 라인업을 발표한 순간부터 기록이 작성됐다. 2018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오타니가 정규시즌 경기에서 투수와 타자로 동시에 뛰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선발투수가 2번 타순에 배치된 건 메이저리그에서도 흔치 않아 1902년 와티 리, 1903년 잭 던리비에 이어 역대 3번째였다.
무려 118년 만에 만화 같은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 당시 던리비는 투수로 7실점을 했고 타자로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이날 오타니의 활약은 눈부셨다.
먼저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는 1회부터 100마일의 빠른 공을 던지며 화이트삭스 타선을 압도했다.
비거리는 137m로 방망에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정도로 엄청난 한 방이었다. 아메리칸리그가 1973년 지명타자를 도입한 이래 선발투수가 인터리그가 아닌 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린 것은 오타니가 처음이었다.
괴물 같은 오타니는 4회초까지 무실점으로 막으며 호투를 펼쳤다. 화이트삭스 타자들은 오타니의 빠르고 예리한 공을 제대로 치기 힘들어 4회초까지 안타를 1개밖에 생산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타니는 3-0으로 앞선 5회초에 3번째 아웃카운트를 못 잡아 승리투수 요건을 못 채웠다.
안타 1개와 볼넷 2개로 2사 만루에 몰렸으며 요얀 몬카다를 상대하다가 폭투를 던져 1점을 허용했다.
에인절스의 수비가 크게 흔들렸다. 2루수 데이비드 플레처가 공을 잡아 홈으로 던졌지만 이번에는 공이 높았다. 오타니가 뛰어올라 잡았으나 허술한 틈을 타 홈까지 쇄도한 호세 아브레유와 충돌했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3-3이 됐고, 그라운드에 쓰러진 오타니는 그대로 교체됐다.
슬픈 결말은 아니었다. 이날 경기는 미국 전역에 중계돼 오타니는 이도류가 가능하다는 걸 입증했다. 조 매든 감독은 “오타니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오타니의 부상도 심각하지 않아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경기를 뛸 전망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