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준형 선배님 ‘크로스오버’ 드리블을 가로채 속공 득점을 올린 순간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이후 오재현은 문경은 감독의 배려로 꾸준하게 출장 기회를 잡으면서 강력한 신인상 후보가 됐다. 이번 시즌 36경기에 출장해 경기당 평균 5.7점에 2.3 리바운드, 1.5어시스트로 다른 경쟁자보다 기록이 좋다. 1월 3일 DB 전에서는 19득점을 폭발했다. 기록되지 않은 수비와 속공 전환, 연계에서도 팀 공헌도가 높다. 오재현은 “감독님께서 이번 시즌은 대학 때 잘했던 플레이를 그대로 해보라고 하셨다. 감독님께서 고칠 것은 다음 시즌에 수정을 하면 된다고 해주셨다. 이 배려 덕분에 신인으로 투지를 갖고 할 수 있는 농구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리그에서 어떤 유형의 가드로 살아남을지 방향도 확실하게 섰다. 오재현은 “밖에서는 SK의 화려한 개인 공격만이 보였지만 이 팀에 와보니 수비 훈련도 많고, 조직적으로 뛰는 양도 만만치 않았다”며 “공격이나 슛을 얼마나 성공시킬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코트에 들어가면 플레이가 전혀 안 되더라. 체력과 젊음으로 상대를 수비에서부터 괴롭히고 힘을 빼놓자는 마인드로 무조건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틈틈이 한국 농구의 레전드인 양동근(은퇴)의 플레이 영상을 돌려보며 수비의 중요성을 리마인드하고 있다. 오재현은 “나는 김승현(은퇴), 신명호(KCC 코치) 선배님들처럼 뺏는 수비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동근 선배처럼 지긋이 상대를 계속 따라다니는 수비가 맞다. 끝까지 쫓다보면 상대가 당황하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SK는 간판 가드 김선형의 백업 자원, 또 상무에 지원한 최성원의 공백을 메울 알짜 신인을 찾은 것에 큰 위안을 삼는다. 오재현은 “지금까지 농구 잘한다는 얘기를 못 들어봤는데 SK에서 듣고 싶다”는 말로 각오를 전했다.
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