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 이용자 5억 명의 개인정보가 온라인 게시판에 노출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세계 106개국 이용자가 망라됐다. 한국인도 12만여 명이 포함됐다. 유출된 정보에는 아이디와 실명, 거주지, 생일, 이력, 이메일 주소 등이 포함된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3월에는 영국 정치 컨설팅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부적절하게 수집한 페이스북 이용자 데이터 8000만 명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됐다. 페이스북은 벌금 50억 달러(약 5조6000억 원)를 물었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당신의 데이터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당신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자격이 없다”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이듬해 2건의 정보유출 사고가 더 발생했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활용 문제를 두고 최근 애플과 갈등을 빚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이용자가 명확히 동의해야만 자신의 활동내역이 페이스북 같은 앱에 제공되도록 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 활동내역이 있어야 맞춤형 광고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가 허술하면 동의자 수는 줄 수밖에 없다.
▷지갑에 대해 ‘중요한 물건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게 만드는 도구’라는 냉소적인 정의가 있다. 페이스북은 ‘세계인의 개인정보 지갑’ 같은 곳이다. 저커버그의 말처럼 데이터 보호에 실패하면 관련 사업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사태가 발생한 뒤로 페이스북코리아나 저커버그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사과는커녕 안내조차 찾아볼 수 없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