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 통화 후에도 한국 게임 허가 1건뿐 문화교류 선언 없던 일본 게임은 15건 허가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문화교류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는 뜨뜻미지근하다. 1월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통화에서는 한중 문화교류가 주요 화제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시 주석은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자”면서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문화교류 확대를 직접 얘기했다.
한중 정상 간 통화 후 2주쯤 지나 중국 게임 당국이 외국 게임에 대한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가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게임 1건에 대해 판호를 발급한 바 있다. 마침 시 주석이 한중 문화교류 확대 얘기까지 했으니 이번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당시 중국 당국은 외국 게임 총 33개에 대해 판호를 발급했다. 이 중 일본 게임이 15개였다. 미국 게임은 4개, 대만 3개, 프랑스 2개, 캐나다 1개, 영국 1개 등이었다. 지난해 12월에도 총 42개의 외국 게임 중 일본 게임은 13개였다. 지난 1년간 판호를 1건만 받은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스페인 러시아 폴란드 아이슬란드 등이었다. 한국 게임산업의 수준에 비례한 결과는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한한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외교 정책을 대놓고 비판하는 일본이나 오랜 역사적 앙금에서 비롯된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만 놓고 보자면 상황은 사드 때보다 더 심각하다. 최고 수준의 ‘한일령(限日令)’이 내려져야 맞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무 제재가 없다. 중국은 한국에만 큰소리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또 한중 문화교류를 외치고 있다. 3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푸젠성 샤먼(廈門)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중 문화교류 얘기를 또 꺼냈다.
다시 한번 궁금해진다. 중국은 과연 한국과 문화교류를 할 생각이 있는 것일까. 이제 중국이 해야 할 일은 선언과 약속이 아니라 실천과 실행이다. 한국 게임에 대해 공정하게 판호를 발급하고, 대기 중인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도 허용해야 한다. 미중 관계나 국제적 움직임과 관계없이 문화교류를 과감하게 진행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는 반중 감정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고 내년에 의미 있는 수교 30주년을 맞을 수 있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