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본사 연례 사업 보고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는 올해 초 발표한 연례 사업 보고서(Form 10-K)에 한국GM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으로 회사 부담이 예상된다며 구체적으로 금액을 적시했다.
최근 한국 법원과 고용노동부 등에서 비정규직을 회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이 잇따라 나오면서 한국GM이 이른바 ‘비정규직 리스크’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동일 노동을 하는 근로자에게 동등한 대우를 하라는 법적 판단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건 7년 연속 적자에 빠진 한국GM이 현실적으로 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한 발씩 양보해 고용 보호와 회사 부담 최소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년 만에 흑자 반전을 노리고 있는 한국GM에 비정규직 문제는 영업이익 전환의 가장 큰 변수다. 한국GM은 지난해 약 3000억 원(추산)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올해는 인천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 등의 수출 호조를 발판으로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경우 GM의 턴어라운드는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GM 노사는 2000년대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불거지자 고용부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공장을 운영했다. 2012년에는 고용부에서 ‘우수 사내하도급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법원 판결과 고용부의 판단이 잇따라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자동차 제작’이라는 같은 일을 하는 만큼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같은 대우가 필요하다는 게 법원과 정부의 판단이다. 지난해 6월에는 비정규직을 불법으로 한국GM 공장에 파견했다는 혐의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과 전현직 임원, 인력 하도급 업체 관계자 등 2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도 비정규직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다.
비정규직을 직고용하라는 판결이 확정되면 한국GM은 약 1700명의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희망퇴직까지 단행한 한국GM에 대규모 정규직 추가 고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