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두려움 이기고 백신 접종해야 할 때

입력 | 2021-04-06 03:00:00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후기 영상을 통해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한신경외과학회 및 대한심부전학회 소속 의료진. 동영상 캡처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내가 예전에 대상포진에 걸렸었잖아. 아직도 이마가 가렵고 따갑다. 그런데 백신 맞아도 괜찮겠나?”

얼마 전 대구에 계신 어머니(75)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가 됐는데 부작용 때문에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어머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대상포진은 백신 면역 형성에 아무 문제가 안 돼요”라고 말씀드렸다. 오히려 백신을 맞아둬야 만에 하나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중증으로 가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마침내 어머니는 백신을 맞기로 결심했고 대구동산병원에서 큰 문제없이 접종을 받았다. 부작용 또한 없었다.

○ 실보다 득이 큰 백신 접종

이달부터 건강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누구나가 처음 맞는 코로나19 백신이다 보니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이 접종 자체를 거부할 만큼의 공포 대상은 아니다. 백신이 아무리 짧은 기간에 개발된 것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백신을 맞았고 이것 자체로 이미 안전성이 확보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래도 믿을 수 없다면 지난달부터 본보가 시작한 ‘백신GO코로나OUT!’ 의료진 릴레이 백신 후기 동영상을 볼 것을 권한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전국의 의사 및 간호사들은 영상을 통해 솔직한 접종 후기를 전했다.

의료진들 역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백신에 대한 두려움이 정말 컸다고 한다. 진통해열제를 미리 처방받아 복용했다는 의사도 있었고, 한때 백신이 혈전을 일으킨다는 외신 보도에 다른 전문가들에게 자문했다는 심장전문의도 있었다.

부작용도 분명 있었다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든 화이자든 많은 의료진이 맞은 부위의 통증뿐만 아니라 감기 몸살 같은 증상을 앓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대부분 2∼3일 안에 호전돼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마음고생이 심할 정도로 엄청난 몸살을 경험한 이들도 해열제와 소염진통제를 통해 잘 이겨냈다고 전했다.

○ 나 아닌 가족과 이웃 위해 맞아야

이런 증상을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의료진도 많았다. 내 몸에 면역반응이 생겼기 때문에 그 결과 발열이나 몸살 등이 생겼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반응이 안 생겼다며 걱정한 이들도 있었다. 실제 면역반응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50대 이상은 이러한 이상반응이 잘 나타나지 않아 코로나19 백신을 ‘아재 백신’이라고 부르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이상반응과 면역반응의 상관성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지금까지 백신 접종 후 발열, 근육통, 두통 등 이상반응을 호소한 사람을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3.18%로 가장 높고 반대로 60대 이상이 0.25%로 가장 낮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백신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을 안 맞고 철저한 방역수칙을 지켜 코로나19를 이겨내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의료진이 본보에 전한 동영상 후기는 한결같이 하나의 메시지를 말하고 있다. ‘다 함께 백신을 맞아 하루빨리 집단면역을 이뤄내자’는 것이다.

현재 국내 백신 수급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과연 올해 안에 우리 국민이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최소한 내가 맞을 순서가 됐을 때 피하지는 말아야 집단면역에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갈 수 있다. 최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으며 “조금 힘들더라도 기본 방역수칙을 지키고 예방접종 순서가 됐을 때 접종하는 것, 이 2가지를 지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은 나뿐만이 아니라 내 가족과 이웃을 위해 맞는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