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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 농구화’ 신은 스테픈 커리 “우리는 하나”

입력 | 2021-04-06 03:00:00

아시아계 혐오범죄 규탄 의미 담겨… 브루스 리 재단과 협의해 제작
‘하늘 아래 모두 한가족’ 어록 적혀… 커리, 인권-평등 외친 이소룡 존경
이소룡 딸 “연대의 아름다운 표본”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가 인권과 평등에 목소리를 냈던 홍콩 액션스타 리샤오룽(李小龍·미국명 브루스 리)의 얼굴이 새겨진 농구화를 신고 4일 경기에 나섰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트위터 캡처

미국프로농구(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33·골든스테이트·사진)가 특별한 농구화를 신고 경기에 나섰다.

4일(현지 시간) 야후스포츠 등 외신에 따르면 커리는 이날 애틀랜타와의 방문경기에서 홍콩의 전설적 액션스타 리샤오룽(李小龍·1940∼1973)의 모습이 그려진 농구화를 신고 뛰었다. 최근 미국에서 잇따르고 있는 ‘아시아계 증오 범죄’를 규탄하고 지난달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이 농구화는 이날 경기를 위해 ‘브루스 리 재단’이 함께 제작했다. 브루스 리는 리샤오룽의 영어 이름이다. 생전의 리샤오룽이 즐겨 입었던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 트레이닝복을 연상시키는 듯한 색상의 신발 한쪽에는 리샤오룽의 얼굴이, 다른 한쪽엔 그의 가족이 그려져 있다. 또 ‘하늘 아래 우리는 모두 한 가족(Under the heavens, there is but one family)’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리샤오룽이 생전에 했던 말이다. 그는 1971년 방송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당신이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나,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나는 스스로를 한 명의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싶다”면서 했던 말이다. 4일 커리가 신은 농구화는 경매에 부쳐지며, 수익금은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쓰인다.

커리가 이 농구화를 신게 된 것은 그가 리샤오룽을 존경해왔기 때문이다. 리샤오룽이 액션 배우나 무술 전문가를 넘어 인권과 평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는 것이다. 리샤오룽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며 인종차별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리는 최근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 등에 “그는 항상 더 위대해지려 노력했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려 했다”고 평가했다. 커리는 최근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에 대해 “미국에서 폭력이 계속 발생하는 것에 역겨움과 공포,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브루스 리 재단 최고경영자(CEO)이자 리샤오룽의 딸인 섀넌 리(51)는 커리의 농구화에 대해 “커리의 행동은 연대감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표본”이라며 “그가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아버지를 택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