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혐오범죄 규탄 의미 담겨… 브루스 리 재단과 협의해 제작 ‘하늘 아래 모두 한가족’ 어록 적혀… 커리, 인권-평등 외친 이소룡 존경 이소룡 딸 “연대의 아름다운 표본”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가 인권과 평등에 목소리를 냈던 홍콩 액션스타 리샤오룽(李小龍·미국명 브루스 리)의 얼굴이 새겨진 농구화를 신고 4일 경기에 나섰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트위터 캡처
4일(현지 시간) 야후스포츠 등 외신에 따르면 커리는 이날 애틀랜타와의 방문경기에서 홍콩의 전설적 액션스타 리샤오룽(李小龍·1940∼1973)의 모습이 그려진 농구화를 신고 뛰었다. 최근 미국에서 잇따르고 있는 ‘아시아계 증오 범죄’를 규탄하고 지난달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이 농구화는 이날 경기를 위해 ‘브루스 리 재단’이 함께 제작했다. 브루스 리는 리샤오룽의 영어 이름이다. 생전의 리샤오룽이 즐겨 입었던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 트레이닝복을 연상시키는 듯한 색상의 신발 한쪽에는 리샤오룽의 얼굴이, 다른 한쪽엔 그의 가족이 그려져 있다. 또 ‘하늘 아래 우리는 모두 한 가족(Under the heavens, there is but one family)’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리샤오룽이 생전에 했던 말이다. 그는 1971년 방송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당신이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나,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나는 스스로를 한 명의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싶다”면서 했던 말이다. 4일 커리가 신은 농구화는 경매에 부쳐지며, 수익금은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쓰인다.
브루스 리 재단 최고경영자(CEO)이자 리샤오룽의 딸인 섀넌 리(51)는 커리의 농구화에 대해 “커리의 행동은 연대감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표본”이라며 “그가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아버지를 택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