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여고 연맹전 3연속 우승 지휘 열악한 환경 6명으로 결승 치러 “프로 돌아가 기부활동 재개가 꿈”
점프볼 제공
“지도자로서 대회 우승에 특별한 가치를 두진 않았습니다. 선수들의 발전과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다 보니 여기까지 왔죠.”
44년 만에 숭의여고의 춘계중고연맹전 3연패를 이룬 정인교 코치(52·사진)가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꺼낸 말이다. 정 코치가 벤치를 지킨 숭의여고는 4일 전남 해남에서 열린 이 대회 여고부 결승전에서 숙명여고를 69-68로 꺾고 2018, 2019년에 이어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한국 여자농구 전설 박찬숙이 뛰던 1977년 4연패 이후 모처럼 연속 우승을 달성한 숭의여고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 일군 승리라 더욱 값지다는 평가다. 여자농구 침체 영향으로 선수 저변이 약해지면서 숭의여고 선수 엔트리는 8명까지 줄었다. 이 중 2명은 전학과 유급 문제로 참가하지 못하게 되면서 6명만으로 결승을 치렀다. 3학년 선수는 1명에 불과했다. 숙명여고는 그나마 사정이 좋아 엔트리 10명에 3학년이 4명. 정 코치는 “이번 우승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정 코치는 ‘사랑의 3점 슈터’로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농구 스타 출신이다. 3점슛을 하나 넣을 때마다 유니세프에 1만 원씩 기부하는 이 문화는 현재 프로스포츠 사방으로 널리 퍼졌다. 2016년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 감독을 끝으로 야인으로 있다가 3년 만에 다시 코트에 복귀한 정 코치는 휴식기에도 프로농구 경기 현장을 꼼꼼히 챙기며 전술 연구에 공을 들였다. 정 코치는 “언젠가 다시 프로 감독이 돼 좀 더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면 과거 15년간 이어왔던 기부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해 우리 사회에도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