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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회의, 오후 업무”… 재택 매뉴얼 만들어 집에서도 ‘워라밸’

입력 | 2021-04-06 03:00:00

혁신 기업들의 재택근무 성공 노하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근무는 근로자들의 ‘새로운 일상’이 됐다. 정부는 재택근무를 잘 시행하는 기업을 근무혁신 우수기업으로 선정해 혜택을 준다. 사진은 한 근로자가 화상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핀테크(금융 기술기업) 스타트업 뱅크샐러드는 지난해 2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직원 건강을 위해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지만 초반엔 걱정도 많았다. 비대면 업무가 스타트업의 장점인 빠른 의사결정을 방해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낯선 업무방식에 따른 사내 커뮤니케이션 혼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전 직원 재택근무 1년을 돌이켜보는 지금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매뉴얼 만들고 자율적인 재택근무

5일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재택근무 등 혁신 근무를 도입한 중소·중견기업 중 100곳을 ‘2020년 근무혁신 인센티브제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높인 기업에 각종 혜택을 주는 제도로, 뱅크샐러드는 재택근무 특화 기업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뱅크샐러드의 재택근무 해법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매뉴얼이었다. 회사는 해외기업 등에서 재택근무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기본 규칙을 만들었다. 핵심은 ‘오전엔 회의, 오후엔 업무’ 등 단순하게 짠 업무 일정이었다.

이 회사는 매일 오전 모든 팀이 화상회의로 업무 현황을 공유한다. 집에서도 효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개개인에게 업무를 부여한다. 이를 토대로 오후엔 저마다 업무에 집중한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재택근무가 도입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효율이 높아졌다”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의 리듬에 맞춰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뱅크샐러드는 재택근무 도입 1년이 지난 지금도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고 있다.

광고대행사인 캐러트코리아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근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기업으로 꼽힌다. 직원 10명 중 9명이 주 1회 재택근무를 하는 이 회사는 재택근무 시행과 동시에 인프라부터 구축했다. 직원들에게 재택근무용 노트북을 지급하고, 언제 어디서든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컴퓨터 보안 시스템을 새로 도입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 중 일부는 ‘감시받는 느낌이 든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일의 진행 상황을 여러 번 확인하며 생기는 일이다. 캐러트코리아는 직원들이 자율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을 바꿨다. 직원들의 업무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근태관리 시스템을 바꿔 흔히 발생하는 이중 삼중 보고를 방지한 것. 이 회사 관계자는 “재택근무를 하면서부터는 출퇴근 시간에 아침을 먹고 업무계획을 짜며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새로운 일상’이 된 재택근무

취업규칙에 ‘재택근무 시행’을 못 박은 기업도 있다. 자동차용품 제조업체 불스원 사례다. 이곳은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3∼10월 모든 부서가 의무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회사도 집에서 일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도왔다. 아예 지난해 8월에는 취업규칙을 바꿔 누구든 요청만 하면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했다.

불스원은 2019년부터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 그만큼 직원들은 재택근무 등 근무혁신에도 익숙했다. 오래 일하기보다 똑똑하게 일하기를 권장하는 성과중심의 문화가 재택근무 안착에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불스원은 2020년 근무혁신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면서 가장 높은 등급인 ‘SS’를 받았다.

고용부와 노사발전재단은 27일까지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2021년 근무혁신 인센티브제 참여 신청을 받는다. 참여하는 기업은 초과근로 단축,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 실시, 연차 휴가 활성화 등의 근무혁신 계획을 세워 3개월 동안 이행하면 된다.

평가를 거쳐 우수기업에 선정되면 최대 2000만 원 한도 내에서 근무혁신 기반시설 구축비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 등에서도 대출 금리를 우대받게 된다. 또 3년 동안 정기 근로감독 면제, 고용장려금·근로자 휴가지원 등 각종 정부 사업 참여 시 우대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자세한 신청 요건과 평가 기준 및 혜택은 노사발전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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