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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父 들먹이며 수지 모욕, 역풍 부른 미얀마 군부

입력 | 2021-04-06 03:00:00

“아웅산 장군, 딸 멍청하다 했을것”
CNN 인터뷰 비공개 영상 유출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가 민주 진영을 이끄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76)을 두고 독립 영웅인 그의 부친 아웅산 장군(1915∼1947)이 살아 있었다면 “딸이 멍청하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민 툰 군부 대변인이 클래리사 워드 CNN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수지 고문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2분짜리 동영상이 유출됐다. 워드 특파원이 ‘아웅산 장군이 지금 미얀마의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생각할 것 같으냐’고 묻자 툰 대변인은 “내 딸이 얼마나 멍청한지(how stupid my daughter is)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했다. 통역을 거쳐 이 답변을 들은 워드 특파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내 딸이 멍청하다고?”라고 되물었다.

이 인터뷰가 언제 이뤄졌는지, 누가 이를 유출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들은 어떻게 아웅산 장군까지 들먹이며 수지 고문을 원색적으로 비판할 수 있느냐고 분노를 표하고 있다.

미얀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미얀마를 빠져나가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웃 나라 태국 경찰은 국경지대에 미얀마 민주 인사 6명의 입국을 금지한다는 전단을 부착했다. 올해 2월 유엔 총회 연설 당시 군부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해 해임된 수지 고문 측 인사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대사도 입국 금지 명단에 포함됐다.

국제사회는 군부 연계 기업과 합작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 포스코, 프랑스 정유업체 토탈, 미국 정유회사 셰브론 등을 압박하고 있다. 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6680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네덜란드 연기금 APG는 포스코에 “군부 통제를 받는 미얀마경제홀딩스(MEHL)와의 합작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APG는 군부 소유 회사와 합작으로 설립한 두 개의 양조장을 철수하겠다고 밝힌 일본 맥주회사 기린을 예로 들며 군부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압박했다. 포스코 측은 포스코강판이 군부 통제를 받는 MEHL과 합작해 설립한 미얀마포스코C&C와 관련해 “2017년부터 (MEHL 측에)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며 MEHL과의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유라 jyr0101@donga.com·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