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20대 환자가 전체의 16.8% 취업난에 코로나 겹쳐 급증세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분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1만6727명이다. 기분장애는 감정 조절이 어려워 비정상적인 기분이 지속되는 질환이다. 흔히 우울증으로 불린다. 우울증 환자가 100만 명을 넘은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특히 전체 연령대에서 20대가 17만987명(16.8%)으로 가장 많았다. 10년 전만 해도 20대 우울증 환자는 5만9091명(9.2%)에 불과했다. 우울증은 고령층에 많이 나타나 ‘노인의 병’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이의 병’이 됐다.
지난해 20대 우울증 환자 급증의 원인은 코로나19가 꼽힌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은 “지난해 사회에 진출한 20대가 취업난을 겪으며 ‘인생의 첫 좌절’을 느꼈을 것”이라며 “상실감과 불안감이 다른 연령대보다 컸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사회 첫발부터 좌절감… 20대 ‘마음의 병’ 환자 21% 급증
우울증 환자 100만명… 20대 16.8% 최다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기분장애(우울증)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9년 96만3239명에서 2020년 101만6727명으로 5.6% 늘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가운데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오히려 5만3488명 늘어났다. 특히 20대 환자의 경우 2만9551명 늘어 20.9%나 급증했다.
○ 20대 우울증 환자, 10년 새 2.9배 증가
20대 우울증 환자 증가 속도는 최근 3, 4년 가팔라지고 있다. 2016년 20대 환자 비율은 10.1%였지만 2017년 11.3%, 2018년 13.0%, 2019년 14.7%로 올랐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전체 우울증 환자는 57.5% 증가했지만 20대는 189.4% 늘었다. 취업난, 주식·부동산 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등 사회·경제적 불안 요인이 수년간 이어진 탓으로 분석된다. 박선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층에서 불안·우울장애 빈도가 늘고 있는데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특히 젊은층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 “코로나 종식 후 우울증 환자 급증 우려”
특히 여성의 경우 20, 30대 환자의 증가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지난해 전체 여성 우울증 환자의 증가율은 6.4%였지만, 20대는 27.4%, 30대는 11.3%였다. 여성이 고용 불안에 더 취약하고 육아·가사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가중된 탓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우울증은 사회적으로 궁지에 몰린 집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사회적 입지가 약한 여성, 취약계층 등이 스트레스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우울증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최기홍 KU마음건강연구소장은 “단시간에 끝나는 다른 재난과 달리 코로나19는 그 기간이 1년 넘게 지속됐고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스트레스가 축적되고 있다. 이 스트레스가 오히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자살과 같은 문제로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초부터 ‘코로나 우울’을 상병코드 내역에 정식으로 기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을 장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심리상담 직통전화(1577-0199)를 이용해 전문 의료기관과 연계될 수 있게 했다. 또 심리상담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자가진단 온라인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소민·이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