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발표로 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5일 서울시내 한 전자제품 매장에 LG 휴대폰이 진열돼 있는 모습. © News1
◇팬택 공중분해, LG 철수…국내엔 삼성만 남았다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한 이후 시작된 스마트폰 물결이 시장을 휩쓴 후 단말기 시장은 요동쳤다. 글로벌 1위 사업자였던 노키아의 퇴장과 함께 피처폰 시절은 저물었고,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시장 초기 삼성과 엘지, 팬택 3강 체제가 형성됐다. 그러나 팬택에 이어 LG전자까지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국내 제조사는 삼성전자 홀로 남게 됐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좁아진다. 팬택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할 때도 소비자 선택권 문제가 불거졌다. 앞서 팬택은 2017년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하고, 사실상 공중분해 됐다. 2007년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1차 워크아웃을 극복하고 2010년 ‘베가’ 시리즈를 출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2012년 LG전자가 다시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고 올라오고, 당시 내놓은 ‘베가 레이서2’ 등이 부진하면서 경영난에 처했다. 2014년 2차 워크아웃을 거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15년 옵티스-쏠리드컨소시엄과 인수 본계약을 체결해 법정관리를 졸업했지만, 임직원 절반을 구조조정 하는 과정을 겪었다. 2016년 ‘스카이 아임백’으로 재기를 노렸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전 팬택 관계자는 “당시 단통법 영향이 컸다. 신제품이 나오고 시즌이 저물 때 보조금을 확 실어서 재고 물량을 다 털어내야 돈이 도는데 그걸 못하게 돼 팬택이 흔들렸다”며 “삼성처럼 여유가 많은 곳은 버텼고, 엘지도 다른 사업이 받쳐줘서 휴대폰 사업 적자를 다 메우고 갈 수 있었지만 팬택은 단통법이 직격타였다”고 밝혔다.
이어 “팬택이 2차 워크아웃,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도 삼성 점유율이 높아져서 장기적으로 선택권이 줄어들 거라는 논리가 나왔었다”고 덧붙였다.
◇이통사 “삼성 시장 지배력 강화 우려되지만 이미 예견된 상황”
한 매장에서 스카이 ‘아임백(IM-100)’이 소개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이동통신사도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 강화를 우려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미 단말 시장에서 힘이 제조사로 가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인기 신규 단말기 물량을 받을 때 삼성이 결정하는데 이통사는 삼성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통사 입장에선 제조사 생태계가 다양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시장에 미칠 충격이 크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사실상 애플과 삼성 양강 체제인 상황에서 크게 동요하는 건 없다”며 “피처폰 시절의 LG전자라면 모르겠지만 이미 LG전자가 이렇게 된 지는 오래됐고 큰 변화는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다만 기존 LG폰 가입자들에 대한 보상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와 협의하는 과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협상력 차원에서 제조사가 여럿인 게 이통사 입장에선 유리하지만 최근에 LG폰 덕을 본 게 없다”며 “삼성 단말에 대한 대안이 없어진 부분은 아쉽다”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