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을 담당했던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의 생산시설에서 AZ 백신 생산을 중단시켰다.
최근 유럽에서 혈전생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일시적인 접종중단 사태를 맞이했던 AZ 백신이 미국에선 설상가상으로 생산 중단 사태까지 맞이했다. 심지어 미국에서 AZ 백신 접종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와 미국이 AZ 백신을 배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J&J 산하 얀센의 코로나19 백신 1500만명분을 폐기한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의 생산시설에서 AZ 백신 생산을 중단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감독이 강화된 해당 시설에선 얀센 백신만 생산되며 AZ 백신은 다른 생산 시설을 찾아야 한다. 해당 생산시설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위치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보고된 후 미국 연방정부는 해당 시설을 얀센 측이 감독 및 통제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AZ 백신 생산은 미국 내 다른 생산시설로 이전하도록 했다. 향후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며 감독을 강화한 것이다.
◇AZ 백신 ‘설상가상’…유럽 혈전 논란 이어 미국서 생산중단
AZ 백신과 관련된 논란은 유럽에서도 발생했다. 지난달 AZ 백신을 접종하던 일부 유럽 국가에서 백신 접종 후 뇌정맥동혈전증(CVST) 발생 의심 사례가 보고된 것이다. 이에 백신 접종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유럽의약품청(EMA)이 즉각 조사에 나섰다.
EMA는 AZ 백신과 혈전 생성간 상관 관계가 없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노르웨이 등에서는 AZ 접종을 재개하지 않은 상태다. 또한 캐나다와 프랑스, 독일 등은 젊은 사람들에서 비교적 면역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로 고령자를 대상으로만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2020년 AZ 백신의 임상3상 중 투약 방식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3만명을 대상으로 임상3상을 다시 진행했다. 최근 해당 임상결과 79%의 효능을 나타냈다고 밝혔으나 오래된 데이터를 적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76%로 효능을 정정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AZ 미국서 접종 배제?…“AZ 백신 승인돼도 필요하지 않을 수 있어”
미국은 지난 2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1억명을 넘었으며 지난 3일에는 일일 코로나19 백신 접종량이 300만회를 넘어가는 등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선 주문한 백신 수급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러한 상황에서 논란이 있었던 AZ 백신을 무리하게 접종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으로 관측된다.
미국 정부가 계약한 코로나19 백신은 AZ 물량 3억명분을 제외해도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이 각각 3억명분, 얀센 1억명분 그리고 아직 개발 중인 노바백스와 사노피 백신이 각 1억1000만명분과 1억명분이다. 현재까지 공급된 백신을 제외해도 미국 전체 인구를 넘는다.
화이자 또한 예상보다 빠르게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모더나는 한 바이알(병)당 15회분의 접종이 가능한 투약법을 곧 승인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AZ 백신이 미국에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2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AZ 백신이 미국에서 승인돼도 해당 백신이 필요치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기존에 허가된 다른 코로나19 백신만으로도 전 미국 인구가 백신 접종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파우치 소장은 “아직 확답을 할 수는 없지만 여러 (백신) 회사와의 계약을 고려할 때 AZ를 접종하지 않고도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