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68)이 뒷짐을 지고 이동하고 있다. 2020.12.12/뉴스1 © News1
성범죄자들의 출소 이후 관리 사각지대(뉴스1 3월31일 보도)가 계속 발견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 제도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은 성범죄자들이 구속되지 않을 경우 판결 이후에도 어린이집, 학원, 대학교 등에서 최대 1년 이상 근무할 수 있는 상황이다.
6일 여성가족부와 행정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합동 점검을 한 결과 총 80명의 성범죄자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을 운영하거나 종사하고 있는 사실을 적발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교사 등 공무원은 형사사건의 피의자로 기소될 경우 소속 기관의 장에게 그 사실이 통보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현직 공무원들이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재판에만 넘겨져도 자체 징계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제도 등은 없다. 이번 적발 사례를 살펴봐도 아동·청소년과 직접적으로 교류해야 하는 교육시설에서만 총 17명의 성범죄자가 별다른 필터링 없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경찰의 입건, 검찰의 기소, 법원의 판결 과정에서도 소속 기관이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사법 기관들이 이 사실을 통보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설령 소속 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이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인해 해임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으로 분류된 시설에 취업을 한 이후 성범죄를 저질러 벌금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거나 취업을 하기 전 재판을 받고 있을 경우 사실상 소속 기관이 스스로 알아차릴 수 없는 구조다.
지도감독하는 곳이 명확하지 않은 시설의 경우 관련 기관들끼리는 책임을 미루는 일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는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감사원에서 관련 기관에 징계를 할 수는 있다.
여가부는 관련 기관이 성범죄 이력 조회 결과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수차례 공문을 보내고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범죄자가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주변의 눈을 피해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일을 하더라도 알아채지 못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부산 금정구와 해운대구 등 지자체에서도 관내 공원, 광장, 둔치 등에서 근무 중이던 총 3명이 적발, 한달 뒤 해임 됐다. 금정구 관계자는 “채용 당시에는 성범죄 관련 이력이 없었지만 관련 기관의 요청을 받고 조회를 한 결과 범죄 경력이 나와서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올해부터 성범죄 경력자 취업 여부 점검 업무를 ‘국가사무’에서 ‘지방정부’ 사무로 이양했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점검 업무를 지역 사회에서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성범죄자들의 판결에 담겨 있는 출소 이후 신상정보 공개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에 대한 부실한 관리 실태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국회와 여가부 등 소관 기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