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내용, 감식 결과 휘발유 뿌리고 방화 시도 인정"
자신의 어머니 집 거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50대 아들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현존건조물방화예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52)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8일 오후 11시 45분께 전남지역 자신의 어머니 집에서 거실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늦은 시간까지 귀가하지 않는 것을 걱정한 어머니가 다른 형제들에게 연락해 자신의 행적 등을 물어봤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 욕설하며 불을 지르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소방관들은 집에 들어선 순간 휘발성 냄새가 나고 거실엔 휘발유로 추정되는 다량의 액체가 뿌려져 있었다고 했다. A씨가 불을 붙이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어서 다른 경찰관들에게 지원 요청까지 했다. A씨를 10여분 설득했으나 A씨가 재차 불을 질러 버리겠다면서 집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긴급체포했다고 진술했다.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사건 발생 8시간 뒤 현장 감식이 이뤄졌다. 당시 A씨의 어머니는 ‘피고인이 거실에 휘발유를 뿌렸다’고 진술한 바 있다. 현장에 있던 흰색 통에서는 휘발유 성분이 검출됐으나, 거즈에서 인화성 물질이 검출된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인화성 물질은 휘발성이 강해 완전히 연소·휘발될 경우 연소 잔류물에서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 거즈는 사건 발생 8시간 지난 이후 채취한 것이고, 긴급체포 뒤 소방관들이 거실 바닥에 있던 유류를 모두 제거했다. 감식 당시 거실 바닥에 유류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던 점으로 미뤄 거즈에 남은 물질이 이미 휘발돼 인화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자칫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점, A씨가 방화 범죄로 2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누범 기간 중 재범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1심 재판장은 거즈에서 휘발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점, 흰색 통에서 A씨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A씨가 바닥에 휘발유를 뿌렸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어 합리적 의심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