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5)이 범행 이후 현장에 계속 머문 건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고 한 심리학 전문가가 추정했다. 전문가는 이런 가능성들을 열어두고 더욱 면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김태현이 퀵서비스 배달기사로 위장해 세 모녀의 집 안으로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뒤에도 현장에 계속 머문 이유에 대해 “자포자기해서 발각될 때까지 그냥 시신 곁에서 성취감 혹은 승리감을 즐기는 것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추정했다.
김 교수는 “사냥에 성공한 뒤에 느긋하게 혼자서 승리감에 도취된 상태로 시간을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라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탐욕을 충족시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완전 범죄를 위해 증거 인멸을 시도하지 않았을까”라며 “조금 더 면밀한 수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부족한 사람인 건 분명해 보인다”라며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태현은 지난해 12월 한 온라인게임 이용자들의 대면모임에서 A 씨를 처음 만난 이후 줄곧 스토킹해 왔다. 이후 지난달 23일 오후 8시 반경 김태현은 배달기사라고 속여 A 씨의 동생이 집 문을 열게 만든 뒤 살해했다. 이어 귀가하는 A 씨의 어머니와 A 씨도 살해했다.
경찰은 범행 이틀 뒤인 25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A 씨 지인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김태현을 체포했다. 김태현은 범행 이후 집 안에 머무르며 자신의 휴대전화 데이터와 메신저 메시지 등을 삭제하고 자해를 시도했다.
아울러 “최선의 대안은 경찰에 도움을 청하는 것인데, 도움을 청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지금까지 너무 많아서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스토커들이 모욕감에 굉장히 취약한 경향이 있어서 거절할 때 모욕감을 유발하지 않게 조금 신경을 쓰는 게 필요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