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도공의 후예인 15대 심수관(沈壽官·65·사진)은 6일 가고시마현 히오키시 미야마의 심수관요(窯·도자기를 굽는 가마)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명예총영사관 개관식 행사에서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한국 정부는 1월 그를 주가고시마 명예총영사로 임명하고 심수관요에 명예총영사관을 개설키로 결정했고, 2월 일본 외무성의 승인을 얻으면서 최종적으로 이날 개관식을 열었다. 15대 심수관은 일본 국적자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행사에 참석한 이희섭 주후쿠오카 총영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명예총영사 임명 작업을 진행했는데, 한일 관계가 좋지 않아 일정이 길어질 줄 알았다”며 “한일이 임명 절차를 빠르게 끝낸 것은 양국이 그만큼 관계 개선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시오타 고이치(¤田康一) 가고시마현 지사는 축사를 통해 “15대 심수관은 일한(한일) 청소년 교류, 문화 교류, 장애인 교류 등에 폭넓은 역할을 해 왔다”며 “명예총영사관 개관을 계기로 가고시마현과 한국이 한층 더 교류를 늘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한국은 조국(祖國·조상 대대로 살던 나라)이고, 일본은 모국(母國)이다. 한일 관계가 나쁘면 나는 부부싸움을 보는 듯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한일 정부 사이는 체면이 중요하고, 기업 사이는 이익이 중요하지만, 개인 사이는 이득이 없어도 친구가 될 수 있다”며 “나의 역할은 한국을 사랑하는 일본인, 일본을 사랑하는 한국인을 한 명이라도 더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간 차이를 알고, 그것을 인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한일 관계가 안 좋더라도 개인적 인연을 가진 한일 정치인들이 갈등을 줄였는데, 요즘은 그런 정치인들이 적어진 게 안타깝다”고 했다.
현재 심수관요에는 제작을 담당하는 기술인 20명과 판매 담당 8명이 일한다. 그는 첫 디자인을 포함해 전반적인 제작을 총괄한다. ‘1년에 몇 개 도자기를 만드느냐’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더니 “수백 개는 만들 텐데, 정확한 개수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개관식엔 NHK,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니시니혼신문 등 일본 언론사 약 20개사가 취재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각종 단체로부터 온 화한도 15개나 됐다. 그 중에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으로부터 온 화한도 있었다. 한일 문화교류가 문부성 영역이어서 화한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미야마=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